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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散策 <24> 멸사봉공과 겸양의 미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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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孟之反不伐, 奔而殿, 將入門, 策其馬, 曰: “非敢後也, 馬不進也." [출전: 논어論語 옹야雍也]
풀이 맹지반은 자신의 공로를 과시하지 않았다. 전투에서 패주해 군대의 후미를 맡다가 성문으로 들어가려 할 즈음에야 말에 채찍질하면서 '내가 용감해서 후미를 맡으려 한 것이 아니라 말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길잡이 맹지반은 노나라의 대부다. 장자 대종사에는 맹자반孟子反, 좌전 애공11에는 맹지측孟之側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인물이다(두예가 쓴 좌전의 주석에서는 이름이 지측之側, 자字가 반反이라고 했다). 이 장과 관련된 사적은 좌전 애공11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기전 485년(애공 11), 노나라는 제나라를 공격했고 이듬해 제나라는 복수전을 감행한다. 이때 있었던 일화를 알게 된 공자는 맹지반을 위와 같이 평하게 되었다. 공자는 그 일을 제자 염유(나중에 사이가 틀어져 파문을 당하게 되는)에게서 들었던 듯하다. 이 전투에서 제나라 군사를 격파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염유의 활약이 컸기 때문이다. 벌伐은 공로를 자랑하는 것이다. 분奔은 패주한다는 뜻이다. 궁궐이나 사찰에서 전殿은 건물을 뜻하지만(교태전, 대웅전 등) 여기서는 군대의 후미를 뜻한다. 策은 채찍(질)이다. 좌전에 따르면, 그는 채찍이 아닌 화살을 뽑아들고 말을 내려쳤다. 보병전이나 기병전은 전국시대에 와서야 일반화된다. 다시 말해 춘추시대만 해도 단독으로 말을 타고 전쟁을 치르는 일이 없었다. 그러므로 여기서 맹지반이 취한 행동 또한 전차를 끄는 말들을 채찍질한 것으로 보인다.
깊이읽기 공자가 이 일화를 들어 맹지반의 행적을 거론하는 근거는 두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첫째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다. 대부 신분을 지닌 이에 걸맞게 위기 상황에서도 이른바 '지도층 의무'(noblesse oblige)를 모범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의 국가들은 지배계층의 권력 유지를 위해 피지배계층의 권익과 재산, 생명을 빼앗는 전형적인 '약탈 국가'였다. 이런 시대상에 분노하며 인문주의 국가의 재건을 지향한 공자는 때마침 알게 된 맹지반의 행동을 제자들에게 서슴없이 지도자의 본보기로 제시했던 것이다. 둘째는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고 싶어하지 않는 '원무벌선'[願無伐善](공야장27)의 정신이다. 자기를 돋보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없었던 일마저 지어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풍토는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몇 해 전 우리 사회에서 있었던 유명 인사들의 학력 위조 사건도 그 한 예다). 그런 경박한 풍조에 휩쓸리지 않고 공로를 세운 데 대한 스포트라이트를 오히려 슬며시 비껴가려는 겸양의 미덕은 가히 보통 사람이 엄두도 낼 수 없는 고결한 인품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극심한 외교적 마찰 상황까지 치닫게 된 원인 또한 정권의 업적주의와 그 홍보 및 과시욕이 불러온 동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ㆍ엄재억∥인문고전사랑방 "동인同人"(http://edongin.kr)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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