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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散策 <16> 무엇을 걱정하느냐가 곧 그 사람됨의 총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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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德之不修, 學之不講, 聞義不能徙, 不善不能改, 是吾憂也. [출전: 논어論語 술이述而]
풀이 인격의 힘이 연마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배운 것이 강론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올바른 것을 알고서도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건 아닌지,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건 아닌지-이런 것들이 내 걱정거리다.
길잡이 공자의 말이다. 문장의 주체를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각각이다. 공안국은 '이 네가지를 공자는 항상 걱정했다'고 본 데 반해 황간은 '세상 사람들이 이 네 가지를 하지 않는 것을 공자는 걱정했다'고 보았다. 정약용 또한 주체를 공자로 본 점에서는 공안국과 같다. 그러나 이런 뉘앙스가 있다. '사람들은 경제적 빈곤이나 낮은 사회적 지위 등을 걱정하곤 하는데 나 공자는 그보다 나 자신의 사람됨을 향상시키는 일과 긴밀하게 연관된 것들을 무엇보다 중요한 근심거리로 삼고 있다.' 한편 聞義不能徙를 '올바른 것의 소재를 듣고서도 달려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깊이읽기 걱정 없는 사람은 없다. 남들 보기에 아무 근심 걱정 없을 것 같은 사람일지라도 저마다 하나씩의 걱정거리쯤은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아쉬울 것 없이 돈이 많거나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라도 스스로 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지 않은가. 이로 미루어보면 부귀영화만이 삶을 완전히 충족시키는 필수 요소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우리 삶의 진정한 만족, 완전한 행복의 성취는 자아 실현과 인격 완성 여부에 달려 있는 것 아니겠는가? 별다른 근심 걱정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는 곧 인격이 완성된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자한 30)이라는 판단은 이 때문에 도출 가능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걱정의 내용은 대개 자신이 가장 취약한 부분과 연관된 것일 때가 많다. 따라서 무엇을 걱정하느냐를 보면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다. 공자가 걱정거리로 삼았던 것을 보면 그가 무엇을 삶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치·목표로 삼았는지, 그가 열어젖힌 유교 문명의 이상적인 인간상이 궁극적으로 염두에 둔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 가난과 천대를 몸소 경험했을 공자가 그런 걱정을 어떻게 유유히 초극하는 경지까지 갈 수 있었는지 의아해진다. 사실 이런 점들은 역설적으로 공자가 소인, 즉 하고 많은 보통 사람들이 권세와 이욕 앞에 왜 그리 무력해지는지를 날카롭게 헤아리지 못하는 결정적 약점이라 할 수 있다.
글ㆍ엄재억∥인문고전사랑방 "동인同人"(http://edongin.kr)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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