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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散策 <3>뜻이 역량을 규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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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冉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염구왈: "비불열자지도, 역부족야"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畵." [출전: 논어論語 옹야雍也]
자왈: "역부족자, 중도이폐, 금여획."
풀이
염구가 말했다.
"스승님께서 추구하시는 길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힘에 부칩니다."
그러자 스승님께서는 이렇게 대꾸하셨다.
"힘에 부치는 이는 하던 도중에 그만 두는 법인데 지금 자네는 해보지도 않은 채 단념부터 하고 있군."
길잡이
요즈음도 곧잘 쓰이는 '역부족'이라는 말의 출전이 여기다. 제자 염구와 스승 공자 사이의 대화다. 염구의 성은 염冉, 자字가 자유子有라서 [논어]에서는 염유冉有로도 불린다. 당시 노나라의 실권은 공실公室, 즉 제후의 가문에 있지 않고 삼가三家로 통칭되는 맹손씨ㆍ숙손씨ㆍ계손씨 과두寡頭 정부에 있었다. 염구는 노나라 공실 권력을 유명무실하게 만든 이 쿠데타 정권에 적극 협력하고야 만다. 열說은 열悅과 같은 뜻이다. [논어]에서는 기쁘다는 뜻으로 悅이 전혀 쓰이지 않고 說이 쓰였다. 說은 '말하다'는 뜻으로는 '설', '유세하다'는 뜻으로는 '세'로 독음한다. 여기서 여女는 '여성'이 아닌 '너'라는 뜻의 2인칭 대명사다. 같은 뜻으로는 여汝가 있는데 논어에서 汝는 한 차례도 쓰이지 않고 女만 쓰인다. 획畵은 '선을 긋는다'는 뜻으로 획劃과 같다. '그림'을 뜻할 때는 '화'로 독음한다.
깊이읽기
옹야편에는 이보다 네 장 앞서 당시 노나라 과두 정부의 수장이던 계강자가 공자더러 제자들 몇몇에게 정치적 실무를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공자는 염유를 예藝, 즉 '재주 많다', '능력 있다'고 평했다. 유능하면서도 덕성을 갖춘 이가 한 집단의 리더라면 얼마나 이상적일까? 그러나 박노해가 '아픈 벗에게'라는 시에서 읊은 바대로 "착한 사람은 능력이 모자라고/유능한 사람은 사랑이 부족하다//뜻 있는 사람들은 현실에 어둡고/현실을 알 만하면 뜻을 저버린다." 염구 역시 그런 인물이었던 것 같다. 이 장에서도 염구는 이미 노란 싹수를 드러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끝내 스승의 길을 저버리고 부적절한 현실과 타협하는 삶을 택한다. 공자는 그런 그에게 사제 간 의절을 선언하며 파문破門으로 응답한다. 상황이나 조건이 어떤지, 해낼 만한 역량이 있는지에 앞서 자신이 얼마나 그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순서다. 하기 싫은 일에는 별것 아닌 이유마저 하지 못할 이유로 내세우기 일쑤인 반면 하고 싶은 일에는 걸림돌이 있다 해도 어떻게 하면 그것을 넘어설까를 모색하게 된다. 모색 과정 속에서 애초에 없던 역량이 생기기도 한다. 역량을 규정하는 것은 따라서 뜻이라고 봐야 한다. 옛사람들이 초학자에게 입지立志, 즉 뜻을 확고히 다지는 일부터 강조해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글ㆍ엄재억∥인문고전사랑방 "동인同人"(http://edongin.kr) 주인
** 염 자의 한자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冉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 빠른 시일내에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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