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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散策 1 삶의 의미를 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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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책 연재를 시작하며> 인간의 삶이 지구 위에 다른 모든 생명과 공존해야하는 근본에서 멀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담고 있어 오늘날에도 여전히 마르지 않는 지혜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 동양고전에 대한 책들이 속속 세상에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양철학의 근간이 되는 한문고전은 지금의 삶을 돌아보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이에 본보는 영월출신으로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현재 영월에서 거주하며 한문고전의 현대적 해석과 대중적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는 엄재억(영월고, 강원대, 성균관대학원 졸)씨의 원고를 매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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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출전 : 『중용(中庸)』]
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
풀이
인간의 본질은 하늘(초월적 근원)이 부여한 것이다. 우리 삶의 전 과정이 갖는 의미는 바로 그 본질을 구현하는 것, 즉 자아실현에 있다. 교육을 비롯한 인간 사회의 모든 제도들은 그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다.
길잡이
중용은 원래 진ㆍ한 무렵 완성된 예기(禮記)의 31번째 편이었다. 이를 떼어내 독립된 서책으로 격상시켜 사서(四書) 체계에 편입시킨 이는 송대의 성리학자 주희(朱熹: 1130~1200)다. 유학의 종지(宗旨)를 간명하게 나타낸 위 구절은 중용의 첫 장에 나오는 말이다. 대부분의 중용 번역서들은 이를 대개 이렇게 옮겼다.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고 한다. 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고 한다. 도를 닦는 것을 교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성·도·교라는 글자의 뜻이 명확하게 풀이되지 않아 도무지 원의(原義)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이제는 사어(死語)가 되다시피 한 한문 고전을 현대화·대중화하려면 어려운 개념어를 좀 더 쉽고 친근하게 풀어내려는 역자들의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깊이읽기
1930년대에 활동한 우리나라 최초의 직업 가수인 채규엽의 희망가 첫 소절이 떠오른다. “이 풍진(風塵)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우리도 이 노랫말처럼 자신에게 물어보자. "이 거친 세상에서 내가 얻고자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경제적 여유를 보장 받고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나면 과연 모든 소원이 충족될까?" 결코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무작정 앞만 보고 내달리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시대는 가히 의미 망각의 시대요 가치 부재의 시대라 할 만하다. 맛집, 동안, 명품, 스펙 같은 어휘가 관심 키워드로 부상한데서 볼 수 있듯 감각적 쾌락을 충족하거나 타자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을 치장하고 드러내는 데 불필요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인데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 누려보지 못한 삶에 대한 선망-이 둘 사이를 기웃거리는 쳇바퀴 속에서 소중한 자기 길을 내버려 두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답게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자각하고 부지런히 그 길을 가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것보다 중요한 삶의 의미는 달리 없다고 중용 첫 장은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 길은 천명(天命), 즉 하늘이 내게 내린 명령이기에 더없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중용의 저자는 "교육을 비롯한 인간 사회의 모든 제도들은 그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라는 말로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유가의 숭고한 이념적 지향을 천명했다. 교육이 남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해 안정적인 생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우리 사회에서 중용의 이 구절은 교육의 진정한 목적과 삶의 궁극적 의미를 되묻게 한다. 당신에게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글ㆍ엄재억∥인문고전사랑방 "동인同人"(http://edongin.kr) 주인
*글쓴이 엄재억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중국철학 전공)을 졸업했다. 최고 권위의 한문연수기관인 한림대학교 부설 태동고전연구소에서 사서(논어, 맹자, 대학, 중용)와 노자를 암송하고 삼경(시, 서, 역) 및 장자 등을 집중 강독했다. 도산서원에서 유교 경전 강의를 맡고 있으며 동아시아 주요 인문 고전을 현대 한국인의 일상 언어로 번역·정리해 그 성과를 대중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묶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인同人은 주역의 13번째 괘인 천화동인天火同人의 괘명으로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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