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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콩 심은데 콩 난다?고화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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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유순하던 딸아이가 동생이 누나 방에 들어와 귀찮게 하니 고음으로 소리를 지르며 폭풍처럼 화를 낸다. 얼굴의 표정을 보는 순간, 이 장면이 생소하지 않다. 어디서 보았을까? 이제야 생각이 났다. 저건 내 모습이다. 아이들이 엄마의 심경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하게 잘 참다가 순간 벌컥 화를 내는 저 모습은 평상시 엄마의 행동을 잘 학습하여 똑같이 찍어낸 나의 교육법이 성공했음을 알려주는 첫 신호였다. 아찔하다. 왜일까? 나를 닮았음에 절망하는 나의 이 이중적인 생각은 뭘까?
어릴 적 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처마의 구석진 곳에 흙으로 만들어진 작은 벌집에 벌 한 마리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날고 있었는데 나나니벌이 곤충을 잡아다 넣어놓고 나나나나 나를 닮아라, 나나나나 나를 닮아라 하면서 계속 교육을 시키면 그 곤충이 정말 나나니벌을 꼭 닮게 되어 벌집을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1890년대에 태어나셔서 영월을 벗어나지 않고 사시다 돌아가신 옛날 분의 말씀이 커서 과학을 알고 나니 그 곤충은 벌이 알을 까고 그 알이 자라면서 먹을 음식으로 사라지고 나나니벌이 자라서 나오는 것이었지만 새끼한테 ‘나를 닮아라, 나를 닮아라.’ 하면 본인과 똑같이 자란다는 할머니 말씀이 30여년이 지난 지금에 나의 뇌리를 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부모의 학력수준이 높아져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부모가 대다수이다. 생각으로만, 이론으로만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들 있다. 생각을 바꿔야 할 시대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행동으로 옮길 시기이다. 가위를 들자. 내 자녀가 나와 똑같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지 않고, 나보다 우수한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면 보이지 않는 나쁜 연결고리를 끊자. 부모의 생각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는 편협한 생각부터 없애자. 콩 심은데 콩 난다고? 이왕 콩으로 기를 거면 영양을 듬뿍 주고, 사랑을 주어 우수 종자로 키우자.
그리하여 내 자녀가 행복하고, 우리의 자녀들이 세상을 이끌도록 키운다면 우리도 세상에 엄청난 기여를 한 것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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