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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김은미(경기도 용인시)
- 제13회 김삿갓문화제 전국일반백일장 대상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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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밭에 유월의 만장이 가득 차 있다
서서 올라가던 것들은 지금쯤 눕고 싶은 계절
햇살에 둥둥 떠가는 이의 몸에는
시간이 화농져 간다
울면서 왔다
울음소리를 들으며 가는 저이의 집은
지금쯤
한 질의 높이를 내려가고 있겠다
길을 만들지 못해 하필
감자밭을 가로질러 가는 걸음 밑에
땅 속의 주소는
하늘이 들어 파랗다
땅으로부터 온 소식이 지천으로 곱고
열매는 지금 아린 맛으로 스스로 울고 있겠다
아무리 꽃대를 밀어 올려도
저 꽃은 열매를 달지 못한다
몸속의 병을 알리던 얼굴처럼
그저 죽음을 키우며 죽음을 알리는
감자 꽃
꽃을 따야 열매가 실하다는데
제 앞섶 풀어 젖 한번 물리지 못했던 옷은 먼 곳
돌아갈 수 없는 곳에서 긴 연기를
올리고 있다
전해들은 말에 의하면
붉은 꽃이 피는 것들은
땅 속의 어린 것들도 얼굴이 붉다는 풍문
어린 것은 이생의 잠에 빠지고
너무 일찍 잠드는 저이는 얼굴이 가려져 있다
실려온 편도는 이미 불에 태워지고
울음을 탕진한 이들이 돌아간 서천에
저녁이 오고 있다
흙으로 돌아간 이들에게 답장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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