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연> 양보(讓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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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연> 양보(讓步)-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청향제 - 신승태 재경영월군향우회 사무국장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6.06.26 13:06:03

지난 5월 23일 한국 vs. 세네갈의 월드컵 국가대표 평가전이 있던 날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의 일이다. 서울의 지하철은 열차마다 임산부와 노약자를 위한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응원에 지친 필자의 아들과 20대 초반의 젊은 연인이 앉아 있었다. 노인 두 분이 탑승해서 연인 앞에 서 있어도 전혀 자리를 양보할 기미가 없기에 필자가 아들에게 “??야, 네가 어르신들께 자리를 양보해 드리렴.”하니까 그제서야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대도시의 대중교통 안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 되었을 뿐더러 자리 양보를 둘러싸고 노인과 젊은이가 큰 소리로 싸우는 ‘웃지 못할’ 광경도 종종 목격하곤 한다.
필자가 학창시절이던 7~80년대만 하더라도 어른들은 물론 조금만 나이가 들어보이는 사람들에게도 흔쾌히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으나 이제는 어쩌면 양보를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로까지 받아들여지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지난 달 대학생 대상 인터넷신문인 ‘미디어캠퍼스’에서 대학생 1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6%의 학생만이 노약자에게 자리를 ‘당연히’ 양보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니 격세지감을 느낄 뿐이다.

6천년 전 이집트의 고대 파피루스 문헌에 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하였으며 2천5백년전의 공자님 때도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하셨다. 그런가 하면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도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 말세’라고 적혀 있었다고 하니 노년세대의 도덕규범으로 젊은 세대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이 ‘버릇 없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우리 시대에도 양보의 미덕에 대해서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았고 지금도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급격한 대가족제의 해체와 1~2명만 낳아 기르는 핵가족제로 말미암아 ‘귀한 내 자식’을 만든 결과가 아닐까. 이런 환경에서 자란 젊은 세대는 타인에 대한 배려에 무관심하고 자기 통제력과 인내심이 부족하며 이성보다는 감각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는 이 ‘버릇 없는’ 세대에 의해 계속 이어지고 발전해 왔으니 양보를 둘러싼 규범은 그것을 바라보는 세대간의 가치차이에 의한 갈등인 것이지 항상 젊은이들이 100%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을 듯 싶다. 즉 가치차이에 의한 갈등을 부풀리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필자가 해외여행의 기회가 많지는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우리와 같은 ‘자리 양보’의 개념이 거의 없는 모양이다.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좋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자리를 양보할 때 그 양보를 당연시하지 말고 우리의 (조)부모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마워요, 젊은이.”라고 한 마디 해준다면 얼마나 더 흐뭇할 것인가. 또한 젊은이들은 비단 자리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어른들에게 조금 더 양보하고 배려한다면 이 사회는 훨씬 더 밝고 아름다워지리라.
‘양보’와 관련한 아래 글은 우리에게 두고두고 진한 향기를 남긴다.

[ 양보는 미덕입니다 ]
요즘 시대에서는 한 발짝 양보하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바보스럽고 멍청스럽게 살아간다고 말들 합니다. 하지만 바보스러운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살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한 걸음 물러섬은 한걸음 더 멀리 뛸 수 있는 받침돌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올 이익의 이치를 망각하고 우리는 바로 눈앞의 손익에만 집착하게 됩니다. 늘 나만을 생각하고 나만의 이익을 구하고자 애를 쓴다면 그 애를 쓴 만큼 가까이 있는 이들은 어느새 구멍 뚫린 물꼬처럼 내 곁을 하나 둘 씩 빠져나가게 되어 있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길 다면 길고 짧다면 지극히 찰나적인 우리네 삶속에서 얻으면 얼마나 얻고 잃으면 또 얼마나 잃겠습니까? 가장 아름다운 덕은 양보입니다.
내가 한 발짝 양보한다고 해서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훗날 내게 언젠가는 돌아올 몇 배의 기쁨과 보람, 무형 유형적인 재산이 희망의 통장에 고리의 이자로 나날이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공명 강시원님의“생각 한줌 ,글 한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