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정선군 북평면사무소에서 전금택(좌) 명인과 함께>
 

‘바람아 불어라’로 유명한 영월의 가수 성 노(47.영월읍 영흥리)가 7년 째 우리 가락 명인들로부터 정선아리랑을 전수받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민요 및 지역 문화계에 신선한 돌풍을 예감하고 있다.
 

  성 노는 지난 2003년 정선군 여량 아우라지에서 마련된 KBS2의 무한지대 큐 오지콘서트 촬영현장에서 강원도 무형문화재 1호인 정선아리랑 기능보유자 김남기 명인을 처음 만나게 된다. 당시 이미테이션 가수 주용필로 인기를 얻고 있던 성 노는 김남기 명인이 구성지게 부르는 정선아리랑을 듣고 첫 눈에 반하고 말았다.
 

  “돈이나 명예, 인기보다 내가 유독 욕심을 내는 것이 있다면 소리 욕심이다. 그런데 정선아리랑을 듣는 순간 그 욕심이 솟구쳤다. 미국, 일본, 중국 등 많은 곳을 다니며 노래를 불러보고 들어봤지만 우리의 소리 아리랑만큼 아름다운 소리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날 이후 정선아리랑에 대한 그의 사랑에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고 성 노의 노래를 들어 본 김남기 명인 역시 전수생의 길을 권유했다. 이후 성 노는 서울, 부산 등 하루 몇 차례씩 있는 공연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끝나기 무섭게 정선 아우라지로 차를 몰았고 얼마 후에는 아예 김남기 명인의 집으로 거처를 옮겨 함께 생활하며 본격적인 전수생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월미봉 살구나무도 고목이 덜컥 된다면 오던 새 그 나비도 되돌아간다’ 처럼 아리랑의 가사와 곡조에는 지역의 역사와 자연, 일상생활 등 조상들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눈물로 배운 날도 많았다. 음악적인 재능만으로 결코 부를 수 없는 곡이 아리랑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부를 수 없는 노래가 아리랑이다. 김치가 숙성돼야 제 맛이 나듯 아리랑을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배우면 배울수록 겸손해 지고 더 많이 연습해야 한다고 말하는 성 노. 그가 지금도 방송국에서 방송국으로 공연장에서 공연장으로 이동할 때마다 아리랑을 쉴 새 없이 부르는 이유다.
 

  다양한 창법 구사를 위해 2006년부터 정선아리랑 준 기능보유자 전금택(62.남면 광덕1리) 명인 밑에서 전수를 받고 있는 성 노는 현재 유일한 전수생으로 알려져 있어 정선과 영월 등 지역 문화계에서는 앞으로 그의 활동과 역할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3일 전금택 명인은 “국립국악원생과 이름이 알려진 민요 가수 등 아리랑을 배우러 오는 사람은 많았지만 다들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갔다”며 “타고난 목성을 보면 성 노는 아리랑을 부를 팔자로 준 기능보유자를 거쳐 기능보유자로서의 재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조상들의 삶의 모습과 감정, 뜻을 닮은 아리랑을 부름으로써 우리의 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그의 모습에 지도자로서 고맙고 기대가 된다”며 “전수자로서 요즘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경제적인 잣대로 사장·이용되는 것이 안타울 때도 있지만 성 노와 같은 사람이 있기에 보유자로서 더욱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다짐과 책임감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정선아리랑 기능보유자는 김남기 명인을 포함해 5명이지만 그 뒤를 이을 준 기능보유자는 전금택 씨를 비롯해 3명에 불과해 갈수록 우리의 소리를 전수받으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특히 성 노의 아리랑 사랑은 배우는데서 그치지 않고 음반 제작으로까지 이어져 2007년에는 자비 1500만원을 들여 아리랑 명인들과 함께 정선아리랑 음반 2000장을 제작, 발생되는 수익금은 전액 명인들을 위해 사용되도록 후원하고 있다.
 

  2일 정선아리랑 전수관에서 교육을 마치고 나온 전금택 명인과 만난 성 노는 “정선아리랑은 정선의 것만이 아니다. 정선과 영월, 평창 고개와 산마다 아리랑 소리가 넘어다녔고 떼꾼들의 쉼터였던 영월은 아리랑과 당시 문화의 주요 전파지였다”며 “영월아리랑을 발굴하고 전승 보존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앞으로 아리랑을 보존 전승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 설 것이며 누구보다 많이 아리랑을 부를 것이라고 선언하는 성 노. 하지만 아직 자신의 아리랑 소리는 무대에 설 만큼 무르익지 않았다고 겸손해 하는 그를 보며 전금택 명인은 그저 입가에 미소만 띠울 뿐이다.
 

  한편 ‘바람아 불어라’로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는 성 노는 올 봄 SBS의 ‘패밀리가 떴다’ , ‘세상에 이런 일이’ 에 출연, 이미테이션 주용필 가수 생활을 접고 영월에서 소박하게 살며 영화같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성 노: 011-284-1757) <정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