寧越에 사는 幸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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寧越에 사는 幸福김성배(영월군 김삿갓면 각동리)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9.12.18 18:43:29

50여 년간 바쁘게 살아온 서울에서 이곳 영월로 삶의 터전을 옮겨 온 지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간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두 아들이 모두 나름대로 독립하여 살아갈 수 있게 되어 홀가분한 마음으로 항상 꿈꿔왔던 전원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이곳저곳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장소를 찾아다니다 눈앞에 펼쳐진 산과 강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이곳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여기에 정착하기로 갑자기 결정한 후, 숨가쁘게 집을 짓고, 이사하여 매년 봄, 가을이 되면, 한 그루, 두 그루, 나무를 심고 나름대로 조경을 하면서 내 손으로 이루어 가는 변화를 보는 즐거움이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었다. 고생스러운 것이 즐거움이란 이런 것임을 느끼게 되었다. 슬픈 역사가 스며있는 영월이라는 곳이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만년의 내가 살아갈 곳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을 돌이켜 보니, 인생의 여정이란 얼마나 무궁 무진한가- 재미있게 느껴진다.

나는 영월군민이지만, 학창시절과 오랜 교직생활, 그리고 결코 옮길 수 없는 교회생활로 단단히 다져진 서울과의 여러 가지 얽혀 있는 인간관계로 인해 자주 상경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과 영월로 오르내리는 번거로움보다 나를 기다리며 반겨주는 많은 친구가 있는 서울에 가면, 나름대로 즐겁고 행복하며, 영월로 돌아오면, 아늑한 보금자리에 들어 앉은 듯 편안하다. 영월이 어디쯤에 있는지 잘 모르던 많은 친구들이 나로 인해 영월을 방문하여 나는 어설픈 가이드로 시작하여 이제는 제법 이름난 명소들을 정확하고 유창하게 설명하여 이곳을 찾아 온 많은 친구들을 놀라게 만들고 있으며, 내 스스로 “영월의 홍보대사”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만났을 때 정말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어 부럽다는 말을 들을 땐, 기분이 아주 좋아지며 내가 진정 영월을 사랑하며 자랑스러워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아침에 침대에 일어나기 전부터 닭 우는 소리, 우리 집 둘레에 있는 감나무, 호두나무, 대추나무, 매실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 위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저마다 지저귀는 소리가 한 번도 귀찮거나 시끄럽지 않고 정답게 나를 부르는 노래처럼 들리는 것도 내가 자연과 동화되어 가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면 굽이굽이 산줄기를 돌아 흐르는 작고 아름다운 강이 몇 년을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고 점점 더 정답게 느껴진다. 서울에서는 우리 집 아파트에서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넓고 큰 한강이 도도하게 흐르는 물을 뽐내고 있어 볼 때마다 내 자신이 작아지는 듯 했었는데 이 곳에서 쳐다보는 강은 기막히게 아름다운 많은 봉우리를 거느린 우람한 산자락 아래로 수줍은 처녀처럼 조심스럽게 조용히 흐르는 것 같아 정감이 가며, 안쓰럽기까지 하다.

계절 따라 변하는 자연과 함께 하는 즐거움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봄이 되면 그 무시무시한 겨울을 이겨내고 순진무구한 갓난 아기 같은 새싹들이 나뭇가지마다 또는 흙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생명의 신비를 보여 주려는 듯 뾰족이 돋아나며 쳐다보는 눈을 행복에 젖어들게 해 준다. 또한 내 평생에 영월에 와서 처음 먹어보는 너무나 맛있는 옥수수로 서울의 친척들과 친구들에게 선물로 보내면 그들의 찬사는 비명(?)에 가까울 정도이다.

옥수수를 돈을 주고 사서 선물로 보내지만 받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면 나는 내가 특별한 농업기술로 농사지은 물건을 보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어 혼자 실소를 금치 못할 때가 있다. 가끔 아내와 함께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가 마냥 따라오는 산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노라면, 어는 가수가 불렀던 것처럼 뽀오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강을 보게 되어 환상에 젖어들곤 한다. 우람하고 아름다운 산과 산-정답게 속삭이며 흐르는 강가에 세월을 낚는지 고기를 낚는지 말없이 앉아 물속에 드리워진 낚싯대만 바라보는 강태공들-

내가 일찍이 그림을 공부했었다면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켰을 것만 같은 이 자연 앞에 저절로 겸손해진다. 숨 가쁘게 앞만 보며 달려가는 마라톤 선수처럼 몇 십 년을 정신없이 복잡한 서울에서 살다가 노년에 이르러 조용하고 정답고 아름다운 영월로 옮겨 여유로운 마음으로 단순하게 살 수 있어 진정 감사하며 내 마음 또한 점점 자연을 닮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가을의 화려한 단풍들과 겨울의 삭막한 나무 가지들을 화려하게 장식해 주는 흰눈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삶이 허락된 그날그날을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연과 벗들과 이웃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