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일어났던 일이다. 혼자 사는 30대 남자가 화장실에 몸을 씻기 위해 갔다가 문고리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나오지 못했다. 이 남성은 오랫동안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문을 부술 듯이 때려보기도 하고, 천장을 뚫고 탈출을 시도하는 등의 갖은 애를 써보았지만 모두 허사였다.

  혼자 거주하는 집이라 화장실도 크지 않았을 그곳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그렇게 한참을 고생하다가, 문득 밖에 둔 휴대전화기가 생각났단다. 휴대전화가 있는 쪽으로 큰소리로 긴급구조요청을 하였으나 답이 없자, 엄마를 연결해 달라고 소리를 지른 뒤 화장실에 갇혔노라고 고함을 쳤다. 대화는 안 되고 반복되는 고함 소리에 위험을 직감한 어머니가 119에 신고하여 5시간 만에 나올 수 있었다. 휴대전화의 음성통화 기능을 설정하고 사용방법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다른 비슷한 일도 있었다. 2021년에는 칠순을 훨씬 넘긴, 혼자 사는 노인이 화장실에 갇혔다가 한동안 연락이 안 되어, 찾아온 친구의 도움으로 보름 만에 구출된 적도 있었는데, 휴대전화기를 가지고 있었거나 사용방법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일찍 도움을 받았을 거라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 적도 있었다.

  만사(萬事)가 핸통(핸드폰으로 통하는)인 시대이다. ‘폰맹탈출하기’의 대표 저자인 기재산은 “이제는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르는 시대가 아니라 스마트폰 옆에 놓고 밥 굶을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식당에서 QR코드를 찍어 음식 주문과 결제를 하면 로봇이 배달하고, 무인 점포에서는 키오스크가 점원을 대신한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휴대전화를 놓고 외출하면 안절부절못하고 일상이 불안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휴대전화가 중요해졌다.

  나만이 즐길 수 있는 음악 살롱,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척척박사, 보고 싶은 사람 언제든 연결해 주는 친구, 추억을 간직해주는 앨범, 새로운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주는 신문이자 라디오가 되기도 하는 전자기기, 그게 바로 휴대전화가 아닐까 한다.

  복지회관이나 평생학습기관에서 스마트폰 활용에 대해 교육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의외로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신제품은 복잡해서 어려워하고, 오래된 제품은 사용하고 싶은 기능이 없어 안타깝고 답답해한다.

  요즈음은 요금체계도 계층과 나이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기종도 사용 용도에 맞게 잘 고르면 싸고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학습자분들 중에는 자녀가 요금을 내준다고, 자식이 쓰던 것이니까 하면서 연식이 오래된 휴대전화기를 사용하는 분들이 간혹 있다. 그런 분들과는 수업이 원활하지 않아 학습자의 욕구를 채워줄 수도 없어서 서로가 민망하다. 휴대폰 요금은 통신사, 사용자의 연령대, 가족간의 결합 등 조건에 따라 할인폭이 큰 점을 고려하고, 기기는 쓰시던 거 주지 마시고 최신 버전만 유지된다면 보급형으로 장만해 주시면 좋겠다.

  사람에게는 오장육부가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하나 추가되어 오장칠부가 되었다. 잠시라도 몸에서 분리되면 불안감에 어찌할 줄 모르는 휴대전화, 바로 익혀 알고 쓰면 만사핸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