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지났다. 이제는 꼼짝없이 새해다. 지난해 12월 공자의 태생지 중국 산동성 창평향 곡부와 태산 등을 돌아보는 기회가 있었다. 유교적 문화가 있는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영월향교 장의 자격으로 참여한 유교문화 유적지 탐방이었다. 진시황의 분서갱유와 모택동의 문화대혁명을 건너온 현재의 중국은 공자적세계(孔子的世界)와 세계적공자(世界的孔子)를 지향하고 있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개인적인 삶이 무엇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약간의 철학적 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공림(孔林)의 2500년 전 공자 무덤에서 자식은 가슴에 묻고 손자는 무릎에 앉힌다는 고사(故事)를 현장에서 보았다. 
  논어 향당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공자의 집에 있는 마구간에 불이 났다. 공자가 조정에서 퇴근하여 소식을 듣고 사람은 안 다쳤냐고 물었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이 났을 때 재산 피해가 얼마냐고 먼저 묻기보다는 사람이 안 다쳤냐고 묻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유교는 휴머니즘 철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존엄과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인간은 하늘의 명(命)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출신과 배경에 상관 없이 하늘다움, 즉 천성(天性)을 지닌 위대한 존재이다. 세상에 사람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 이것이 유교의 가치이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보다 재물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사회의 발전 정도는 사람의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느냐를 보면 안다. 후진국일수록 사람의 가치가 낮다. 선진국은 사람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작금의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반문하게 된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신경 끄기의 기술』의 저자인 마크 맨슨이 한국을 다녀와서 한 말을 옮긴다. “한국은 슬프게도 남을 판단하는 부분을 극대화하는 반면, 가족이나 지역 사회와의 친밀감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의 최악의 단면인 현란한 물질주의와 돈벌이에 대한 집착을 강조하는 반면 가장 좋은 부분인 자기표현과 개인주의는 무시했다”고 분석했다. 맨슨은 “한국은 예술과 과학 모두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신 건강의 위기는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성공에 따른 부작용의 하나이다. 한국을 강하게 만든 원동력은 눈부신 경제 성장이나 대중문화의 지배력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드물고 특별한 회복력이다. 한국인들은 이제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인으로서 부끄럽기도 하고 뒤통수를 맞은 듯 생각을 가다듬게 만든다.
  신념과 의지가 주어진 현실에서 의미를 찾아내 자신의 세계를 수립하지 못하면 현실은 무질서와 혼돈에 머문다. 공자의 사상은 인(仁)으로 대표된다. 인의 핵심은 충(忠) 서(恕)이다. 충과 서는 진심 어린 공감을 말한다. 공감(共感)이란 말은 오늘날 우리가 상투적으로 쓰지만 공감은 감정의 문제이기 전에 감각의 문제이다. 상대의 감정을 나도 진심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잃고 맹추위 속에서 맨땅에 엎드려 자식들 죽음의 원인을 알고 싶다고 외친다. 정부는 위로와 대답도 없이 돈을 내밀고 있다. 권력과 재물은 민중의 고통을 발판 삼아 이루어진 것이다. 사람이 소중한 갑진년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