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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시적인 사람
엄의현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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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0.27  12: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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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깨달음은 순간이다

 

초가을 해걷이 바람을 맞으며 

동강대교를 걸어서 건너다 동강의 흐름을 본다

동강의 옛 이름 금장강錦障江의 물줄기

서강과 만나는 두물머리 금봉연金鳳淵으로 모이는데 

다툼이 없다

검각산劍閣山 넘어가는 해넘이가 비추는 윤슬은

보석같이 아름답고 일상日常을 깨운다

 

일상은 

세속의 행복을 누리는 자리

하루하루를 잘 빚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진화하려면 

시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시를 쓰지 않더라도 

일상의 안락에 취해 의식이 마비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

예민한 도덕적 촉수를 갖고 

시대를 직관하며 대중의 척도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

박팽년 성삼문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엄흥도처럼

 

아름다움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영월, 참 아름답고 시적인 사람을 만드는 곳이다

 

시와 삶이 너무나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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