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상추 몇 포기 고추 몇 대궁

꽃처럼 심었다

가문 날이 길어 저것들이 제구실 할까

바라보는 마음 아픈데

툭툭

비가 내린다

쪽마루에 앉아

조용히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어쩜 처마 끝에 드는 빗소리가

말없이 돌아앉아 툭툭 상위에 내려놓던

아버지 술잔 소리 닮았다

자식이란

험한 흙 위에 꽂아놓고 애타게 바라보는

상추 한 포기 고추 한 대궁

우린 살만하니

너나 아프지 마라

너무 애쓰지 마라

애들한테나 잘해줘라

취한듯 툭툭 내려놓던 빗소리는

가문 날마다

저것들이 살아낼까 제구실할까 바라보시던

아버지의 무거운 근심이었다

텃밭에 비가 내린다

축축하게 젖은 아버지가 파랗게 살아나신다

험한 세상위에 가볍게 내려놓으려 애쓰시던

아버지의 무거운 발자국 소리

마중을 핑계 삼아

내가 내려놓는 술잔 소리는

툭툭

너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