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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사라져 버린 ‘자연이 만든 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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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09  12: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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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영월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야생초반 수강생들과 소나기재 근처 한골에 조성해 놓은 ‘단종 장릉 생명의 숲’으로 야생화 탐방을 갔다. 과거 영월군 육묘장이 있던 곳을 야생화와 꽃나무를 심고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곳곳에 나무의자, 평상, 원두막 등 휴식 시설도 있다. 
  산책로 주변에는 이름도 특이한 꽃다지, 괭이눈, 현호색, 노루귀, 돌담풍, 쇠별꽃 등 이른 봄에 피어나는 야생화를 볼 수 있었다. 이제 며칠만 더 기다리면 산자고, 금낭화, 원추리, 매발톱 등 예쁜 야생화가 앞다투어 피어나 산책 나온 주민들을 반겨줄 것 같다. 
  영월군에 이렇게 아름다운 야생화가 가득 피어나는 곳이 있다는 게 군민의 한사람으로 자긍심을 갖게 한다. 수강생들도 예쁜 야생화들을 보면서 신기해 하고 즐거워 한다.
  이렇게 아름답게 조성해 놓은 곳이 있는 반면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곳도 있다. 야외수업을 마치고 개인적인 일로 소나기재를 넘을 일이 있었다. 차를 운전해 가다가 산 밑 도로변에 키 작은 나무를 모두 베어낸 것을 보았다. 숲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베어낸 듯 했다.
  지난해까지도 아름다운 꽃나무가 보기 좋게 어울려 있던 곳이다. 나무를 밑둥까지 모조리 싹뚝 잘라낸 것을 보고 놀라기 전에 화가 났다. 누가 이런 바보 같은 일을 시켰을까. 작업한 사람이 키 작은 나무들이 아름다운 꽃이 피는 나무라는 것을 알고서 베어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한 번이라도 이곳에 여러 가지 꽃이 어울려 핀 자연을 보았다면 톱이나 낫을 함부로 대지 못했으리라.
  필자는 야생초반 강사를 하면서 수년 전부터 수강생들과 함께 이곳에 있는 야생화와 꽃나무를 관찰해 왔다. 영월읍에서 가까운 천연 꽃길로 보물 같은 장소라고 강조해 왔었다. 수강생들도 꽃들을 보고 아름답다고 입을 모았던 곳이다. 좋은 ‘자연학습원’이었다.
  소나기재 중간 안산 등산로 입구에서 장릉 앞 삼거리까지의 꽃길은 약 1.2km로 도로옆 배수로 건너 산기슭의 꽃나무들은 차량이나 보행자에게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나무를 베어내지 않아도 큰 나무 생장에 지장을 주지 않는 곳이다. 이런 곳의 꽃나무를 예외를 두지 않고 모조리 베어낸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원상태가 되려면 10년 이상 걸릴 것 같다.
  거기에는 꽃 모양이 시골 처녀의 미소 같은 느낌을 주는 산수국이 있었다. 인동덩굴, 층층나무, 산딸기, 병꽃나무, 복자기나무, 엄나무, 물푸레나무, 분꽃나무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랑의 열매가 가지마다 맺히는 백당나무도 여러 그루 있었다. 그 외에도 자세히 조사를 해 보면 수 많은 나무들이 더 있었을 것 같다. 
  보배 같은 ‘자연이 만든 꽃길’의 여러 꽃나무는 베어져 없어졌지만 땅 속에 뿌리가 살아있는 풀 종류는 있다. 봄이 깊어지면 은방울, 둥글레, 말나리, 광대수염 등 여러 야생화가 벌과 나비를 유혹할 것 같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할까.
  많은 사업비로 새로운 정원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연이 오랜 시간을 두고 만든 꽃길을 사라지게 하면서 정원만 만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새로 조성할 정원 예정지에도 자연적으로 자라고 있는 갈대나 아름다운 버드나무 등은 원형대로 보전하면서 조성해야 정원의 가치가 더 올라가지 않을까. 
  자연은 가꾸고 보전할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하지만 인공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을 능가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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