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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년을 달려온 혜성이 지금 우리 곁에 와 있다.
이대암  |  이-스완혜성 발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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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2.18  10: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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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도의 없이 삼각대만으로 찍은 레너드혜성의 모습(밝기: 6등급) / 촬영데이터: Leica APO-Telyt-R 400mm f/2.8 + Canon 6D, ISO 25600, 노출 4“ (촬영일: 2021.12.08. 05h 46m A.M.) / 사진 이대암

  이른 새벽 동쪽 하늘에 목동자리 알파성 아크트루스(Arcturus)가 영롱하게 떠오르는 계절이다. 거기에 오랜만에 밝은 혜성이 12월 초부터 목동자리를 가로질러 수직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올해 1월 3일 미국 애리조나대학의 레너드박사(G.J. Leonard)가 발견한 레너드혜성이다. 기호로는 C/2021A1, 즉 2021년에 발견된 첫 번째 혜성이란 의미이다. 현재 밝기는 약 6등급(발견 당시는 19등급이었다), 움직이는 속도는 초속 약 70km. 음속이 초속 340m(=마하 1) 정도이니 음속의 약 200배, 총알의 175배에 달하는 무서운 속도로 태양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 속도로 달려온 것은 아니다. 혜성의 운동은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속도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케플러 제2법칙(면적속도 일정의 법칙)의 핵심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레너드혜성은 궤도 계산 결과 저 멀리 어디선가 8만 년 전에 출발한 혜성으로 밝혀졌다. 혜성은 크게 주기혜성(P/로 표기)과 비주기혜성(C/로 표기)으로 분류되는데, 주기혜성은 주로 200년 이하의 짧은 주기를 갖는 혜성으로서 핼리혜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다만 주기혜성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근일점을 두 번 이상 돌아야만 인정이 된다. 주기혜성도 단주기혜성이 있는가 하면 장주기혜성이 있다. 76년 주기의 핼리혜성이 대표적인 단주기혜성이고, 200년이 넘는 장주기혜성으로는 이케야-장혜성(153p/Ikeya-Zhang)이 있다. 
  혜성의 발생은 해왕성 너머에 있는 원반 모양의 얼음띠로 형성된 카이퍼벨트(Kuiper Belt)에서 생기는 경우도 있고, 그보다 훨씬 먼 곳인,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1AU)의 10만 배쯤(또는 빛의 속도로 1광년 정도 거리)에 있는 오르트구름(Oort Cloud)에서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태양까지 한 바퀴를 도는데 무려 3000만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 즉 주기가 3000만년이 되는 혜성도 가능하다는 예기이다. (참고로 필자가 발견한 이-스완혜성의 주기는 1만1597년이다).
  이 외에도 가끔은 태양계 외에서 우리 태양계 행성의 인력에 의해 끌려 들어와 태양을 돌고 나가는 계외혜성도 있는데, 레너드혜성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마치 마라토너가 자칫 코스를 착각하여 엉뚱한 길을 뛰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레너드혜성은 2009년 5월 우연히 해왕성 궤도에 끌려 들어와 뜻하지 않게(?) 우리 태양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2022년 1월 3일이면 근일점(태양과 가장 가까운 지점)을 돈 뒤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갈 것이다 (또는 영영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 이 혜성은 8만년 후에 지구를 다시 방문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레너드혜성의 궤적이 타원형이 아니라 쌍곡선 궤도이기 때문이다. 지구와는 이미 12월9일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으며, 거리는 약 3400만km를 떨어져 지나갔다.
  레너드혜성을 육안으로 보기는 약간 어려울 것 같다. 그러지만 천체망원경 없이도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DSLR(또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있는 사람들은 한 번 도전해볼만 하다(단 초점거리 200mm 이상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요즘 카메라 감도(ISO)가 워낙 좋아졌기 때문에 적도의 없이 삼각대만으로도 충분히 촬영이 가능하다. 하늘에서 혜성을 찾기 위해서는 성도와 쌍안경은 필수 아이템이다. 요즘은 휴대폰으로 성도를 제공하는 어플도 있으니 잘 활용해보자. 레너드혜성은 12월 12일이 지나면 동쪽하늘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고 12월 13일부터는 일몰 직후 남서쪽 지평선(황도) 근처에 나타난다. 그러다가 1월 11일 이후부터는 남반구에서나 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지금 안보면 8만년 후에도 못 보는 혜성이 바로 레너드혜성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잠깐 우리 태양계를 들렀다 또다시 먼 여정을 떠나는 이 우주의 방랑객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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