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교육 강화에 대한 상식적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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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교육 강화에 대한 상식적 반론이상영 <농학박사 / 기술사>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8.02.29 13:34:11

세계화 시대에 지구상의 정치 경제적으로 제일 영향력이 있는 영어를 잘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바램 이기도하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외국과 무역을 하거나 경제사절단이 되고, 전 국민이 정치외교가가 되어 영어를 해야 하고, 전 국민이 영어로 말하고 영어로 된 문서를 읽어야 하는가? 심지어 영어를 전공한 사람이 전공분야에 모두 종사하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 전 국민이 그 어마어마한 자금을 들여서 모두 영어를 말하고 듣고 쓸 줄 알도록 교육 받아야 하는가?

사회 구성원은 개인별로 그 역할이 있다. 학교에서 전공한 학문을 사회생활에서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은 사회 제도적으로 수요가 많은 법률, 의료, 공학 등 기술자격면허가 있는 특정 학문분야 일부다. 영어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그럴 필요가 있지만 굳이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심적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공해다. 극히 일부분의 사람만이 받아도 될 영어 심화교육을 왜 전면적으로 실시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훌륭하고 고유한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은 다양한 전통문화를 유지 계승하고 발전된 국가를 이루고 있다. 징키스칸이 로마제국의 영토보다 더 큰 제국을 이루어 세계를 지배한적인 있지만, 그들이 이룬 문화발전과 국가 경쟁력은 세계 200여 국가 중 하위에 속하는 그 큰 원인은 언어와 글에 있다. 몽고는 독창적인 문자가 없다. 몽고는 위구르어를 빌어 위구르식 몽고자와 위그르어를 변형한 토도라는 글자를 사용해왔다. 위구르어는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에서 유래된 상형문자로 몽고어 또는 외래어를 표기하기 위하여 많은 문자가 만들어져 결국은 1948년 외몽고 지역과 1984년 내몽고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그 명맥이 끊어지고 씨릴 문자를 차용하여 뜻글자인 새몽고 문자를 새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징기스칸의 화려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몽고의 언어와 글자는 예전 것이 아니다. 나라가 없어지고 글의 표현이 자유롭지 않아 그들의 문화를 많이 기록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같은 언어권인 몽고의 예에서 보듯이 언어는 그 나라의 생명과도 같다.

언어야말로 그 나라를 지키고 내 뿌리를 알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일제 강점기에 창씨개명 등 일본어의 사용을 강요당한 것이 바로 어제일인데 한글보다 영어를 더 중시하는 영어 심화교육정책은 일제의 한글 말살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 새 정부 살림을 꾸려갈 기구에서 영어교육정책을 발표하자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초중등학교 영어수업시간을 내년부터 현재의 배로 늘린다고 발표하여 장단을 맞추고 있다. 걱정스럽다.

영어교육 수업시간을 두 배로 늘리면 그만큼 국어공부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정책이 매우 성공적으로 실현될 경우 다음 세대에는 전 국민이 모두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어는 그 명맥이 끊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한국사람 대다수가 영어로 말하고 듣고 쓰기를 할 수 있게 되면 그땐 대한민국 국호를 내리고 세계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미국의 51 번째 주로 편입하면 더 많은 사회보장제도와 부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일본 강점기 때 보다 더한 매국노가 나타날까 걱정된다. 나라가 없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세계 경제를 주름 잡고 있는 것도 그들만의 언어와 글이 있기 때문이다. 즉 자기의 언어와 글에 자기 정체성을 느끼고 자신의 뿌리와 자신의 신념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에 세계 공용어로 자리한 영어교육의 새로운 틀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영어심화교육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서 현재 영어로 인해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다. 대학입시를 위한 영어과외는 대학입시제도 또는 교육제도를 개선하고, 그 개선 과정에 충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 수요만큼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전문 영어교육학교를 늘리던가 하면된다. 왜 굳이 모든 학생이 내 나라말 보다 더 많은 시간 특정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가?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발상이다. 이것은 21세기 현대사회를 썩게 하는 환경공해이다.

영어교육제도의 꿈같은 이상적인 개혁도 그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선 상응한 준비 절차가 수반되어야 한다. 새로이 입안되고 있는 영어교육은 학교는 교사라는 장사꾼들이 영업하는 시장이고 학생들은 영어라는 상품을 사가는 소비자의 입장으로 전락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교사, 선생님은 지식을 팔고 사는 장사꾼이 아니다. 교사는 전인교육을 해야 하는 교육전문가이다. 그러기에 사범대학이 있고, 교육대학이 있다. 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국어도 전문가가 되어야 하지만 학생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교육학 전문가도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초중등학교 영어교육에서 원어민교사를 채용하여 영어교육의 질을 높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부작용도 많다. 원어민 교사들의 자질문제, 즉 교육학을 이수하지 않은 비교육전문가가 많고 생활관습의 차이로 인한 교육현장에서의 문제점 등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는 감수성이 예민한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외국에서 학위를 받았던가, 외국에서 오랜기간 생활하여 영어가 능통한 한국인 또는 영어권 국가의 외국인, 즉 영어만 능숙하게 잘 한다고 교사가 된다면 이는 잘못된 정책이다. 교육기관과 피교육자에게 적합한 영어교사를 양성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개선과 충분한 준비기간이 있어야 한다.

학교를 시장터로, 교사를 장사꾼으로 만들어 지식을 많이 전달만하며 된다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결국 소비자로 전락한 학생은 지식을 하나라도 더 얻을 수 있는 장사꾼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이런 교육 정책을 하려고 교육부도 없애려고 하였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한 두해 지나면 교육은 상행위로 전략하여 현재의 산업자원부 소관업무로 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한글은 소리글자로 자모음 24자를 하루면 배울 수 있고, 소리 나는 것은 거의 모두 다 쓸 수 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음소문자로 글자 하나하나가 하나의 소리를 내며 영어처럼 인쇄체, 필기체와 대문자, 소문자도 없다. 1996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언어학자학술대회에서 한글을 세계 공용어로 채택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UNESCO에서는 1989년 <세종대왕상>을 제정하여 인류 문맹퇴치에 기여한 사람이나 단체에 상을 주고 있으며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교육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영국의 존 맨은 세계 주요 언어의 자모의 연원을 추적한 '알파베타'라는 저서에서 한글을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소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언어학대학에서는 세계 모든 문자를 합리성, 과학성, 독창성 등의 기준으로 순위를 정했는데 한글이 자랑스럽게 1등으로 선정되어 전시되고 있다.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미국 시카고대학의 맥콜리 교수는 한글의 우수성에 높이 평가하여 20여년 동안 동료 언어학자들이나 학생, 친지 등을 초대하여 한국음식을 차려놓고 한글날을 축하해왔다고 한다.

프랑스 정부가 <프랑스어 사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광고와 상표에 프랑스어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외국어를 과다하게 사용할 경우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등 불어를 발전시키는 데 투자와 노력을 하고 있다. 캐나다 퀘백주와 폴란드 등의 국가에서 국어를 국가와 민족의 존립과 직결된다고 하여 자국어 보호법을 제정하여 국어를 발전시키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이라고 평가 받는 한글을 더 다듬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은 어떤지 더욱 궁금해진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듯이 감수성이 높은 어린이들이 교육현장에서 언어 소통 방법과 문화의 차이가 현저한 외국어교육을 모국어 보다 2배 이상 교육한다면 그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되거나, 무의식적으로 행하게 될 것이다. 한글의 낱말과 어휘를 더 많이 배우고 우리말의 존대어 등 다양한 표현법을 익혀야 할 시기에 우리말 보다 영어를 더 많은 시간 가르치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채택되었는지 상식으로도 이해가 안된다.

새 정부 살림을 맡으실 분들은 우리말과 글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말과 글을 더욱 열심히 배우고 갈고 닦아 언어의 환경오염이 없는 나라를 만들 생각은 없는가? 고운 말 하기, 좋은 글 쓰기는 교육이 언어 공해에서 벗어나 밝고 신나는 사회를 가꾸어 나가는 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