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오피니언 |
|
<어라연> 겨울속의 겨울(冬) 오부영 군청 방재산림과장 |
|
|
12월의 첫날을 맞은 토요일에 부서 내 직원 17명과 함께 그동안 갑론을박속에 결론은 맺고 십시일반으로 모금해 두었던 주머니 돈으로 연하연탄공장에 연탄 2차분을 주문하여 자매결연마을인 북면 마차지구의 어려운 가구를 방문하였다.
골목길을 두어 바퀴 돌아서 연탄창고가 있었던 첫째 집은 마흔을 훌쩍 넘긴 총각 시동생이 있다며 어려운 생활을 호소하였고 두 번째 찾은 일흔을 넘긴 할머니 댁에서는 연신 고맙다고, 올겨울은 연탄 걱정 없이 보내게 되어 감사하다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사의 인사를 하시는 모습에서 장갑을 끼고도 시렸던 손이 녹는 것 같아 다들 기분이 좋았다.
세 번째와 네 번째로 찾았던 어려운 가구에서도 자식을 내보내고 혼자 외로이 여생을 보내는 전형적인 고령화 농촌 현실을 투영하는 그런 실정이어서 마음 한편으로는 못내 무거운 기분을 느꼈음은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산하 많은 동료 직원들이 지난해부터 각종 취미동호회를 비롯하여 부서별로 30여개의 봉사대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가구의 도배, 장판지원은 물론 연탄배달, 농촌일손 돕기, 세탁지원, 김장지원, 생계비 도움 등 40회에 이르는『자원봉사 Plus-one운동』을 통하여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앞장서서 조금은 훈훈한 위안이 되고 있지 않을까 한다. 무한한 봉사활동이 확대되어 일손이,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로부터 기쁨을 주는 운동이었으면 좋지만 삭풍이 부는 이 겨울을 따뜻이 녹이는 그런 운동이 먼저이길 기대한다.
작가 교수이자 언론인인 이어령(李御寧)선생은 12월, 마지막 달력, ‘증언하는 캘린더’에서 지난 일년을 어떠한 형태로든 마감하고 정리해야 하는 숙명적인 시간으로 12월을 인식한다. 되돌아보면 고난과 시련의 시간도 많았고 매서워진 바람 앞에 더욱 몸과 마음이 얼어붙기 쉽다. 그러나 지난날은 되 물릴 수 없고 오늘의 실존을 거역 할 수 없다. 그는 우리가 다 같이 겪는 이 겨울을 차가우면서도 아름다운 겨울로 승화시키는 지혜와 발상법을 전하여 주고 싶어 한다, 다만 많은 우리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 아닌가?
연말이 되면 사회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범 국민운동도, 자선냄비의 종소리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독지가의 따뜻한 마음도, 각급 봉사단체의 자원봉사도 모두가 겨울을 함께한다는 지혜와 슬기를 배우고 익히는 방법이라 본다.
문득, 9년 전 간부직 직무교육을 받으면서 3일 동안 음성 꽃동네에서 봉사 활동을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동기 교육생과 한조를 이루어 목욕을 시켜드리는 봉사 활동 중 한쪽 수족을 불편해하시는 건장하신 어르신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어느 날 자다보니 이곳에 와 있더라는 예비역 장군 출신이신 그 어르신은 자식과 며느리를 원망하기 보다는 당신이 자식 교육을 잘못 시킨 업보(業報)라며 눈물을 흘리셨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지금쯤 건강이 회복되어 가족과 함께 행복하실까? 아니면 아직도 그곳에 계실까? 제발 좋은 생(生)이 이어지시길 기도해 드려야겠다.
생각하건데 우리 주변에도 자식들이 돌보아 주지 않아 외롭게 혼자 생활하시면서 혹여 변을 당하여도 이웃에서 알 길이 없는 마음과 몸이 추운 겨울을 보내시는 분이 적지 않다는 통계가 있고 보면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까?
이어령님의 말처럼 12월의 겨울이 모든 것을 마무리하는 그 한해의 마지막을 저 마다의 빛깔로 물들인 뒤 소멸하는 찰라에 불과한 것인가? 12월의 마지막 주에는 불우이웃 성금 모금행사도 전국적으로 열린다는데 내 주위에는 외로운 이웃이 없는지 둘러도 보고, 같이 모시지 않는 부모님께 편지 한통 써 보는 여유를 가지는 자식이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19공탄 연탄보일러가 낡아서 얼어 터지고 냉방에서 어렵게 시리 손을 녹이는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다면......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살고 있는데 설마? 그렇게 쉽게 넘길 일만은 아닌 게 현실이니 더욱 추운 겨울이다. |
| <저작권자 © 영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