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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과 단종(端宗) 3 <영월의 이야기 25>최명환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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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04.24  10: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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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이 승하하자 그의 시신은 금장강(동강)에 버려졌다. 영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통곡을 하였지만 관아의 눈이 무서워 그 누구도 감히 단종의 시신에 손을 대지 못하였다. 그러나 당시 영월의 호장(戶長)이었던 엄흥도(嚴興道)가 단종의 시신을 가매장하였다.

엄흥도가 강에 버려져 있는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여 지게에 지고 동을지산을 올랐다. 그러던 중 현재 단종의 무덤이 있는 자리에서 노루 한 마리가 엄흥도가 오는 것을 보고 달아났다. 사방이 눈으로 덮여 있는데, 노루가 앉아있던 자리만 눈이 없었다. 그 곳에서 잠시 쉬어 갈 생각을 하였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길을 떠나려고 일어서는데, 지게 목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자리에 단종의 시신을 묻으라는 뜻인 줄 알고, 그 곳에 암매장을 하였다고 한다.

엄흥도가 등장하여 단종을 신성한 인물로 부각시킨다. 그 신성의 표상이 노루다. 단종이 신성한 존재이기에 노루가 나타나 좋은 자리를 암시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암시는 충절과 용기의 엄흥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기 목숨은 물론 가문의 멸망까지 각오한 엄흥도의 행동이 비극적인 것은 단종이 그만큼 신성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단종의 강요된 죽음과 더욱이 그의 시신이 암장(暗葬) 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백성들의 아픔과 분노는 신분의 고하(高下)를 막론하고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이 죽은 것이기 때문에 단종은 영월 사람들에게 신이 되어서 다시 살아나게 된다. 영월읍 연하리에는 충신 추익한에 관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 전설을 통해서 단종이 신이 되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중동면 수라리재라는 데가 있어요. 석항서 수라리재로 올라오는 재가 있는데, 거기에 있는 분이 가을 추자 추씬데. 이 분이 단종대왕님이 영월 와서 계실 때에 산머루를 많이 따서 늘 갖다가 진상을 하셨대요. 진상을 하셨는데 단종대왕님이 돌아가시던 해에, 서거하시던 해에 머루를 따가지고 짊어지고 연하리 쪽에 어느 지점에 가다니까 단종대왕님이 백마를 타고 오시드래요. 오시는데 그래 추씨를 보고는 말을 멈추고, 추씨가 이제 엎드려서 인사를 하고 인제 “대왕님이서 소인이 머루를 따가지고 가는데 지금 어디루 행차하시냐”고 이렇게 물으니까 “내가 태백산에 볼 일이 있어서 가니까 영월에 갖다 놓으라. 내 자는 처소에 갖다 놓으라” 하더래요. 그래서 머루를 짊어지고서 걸어서 영월에 도착해서 단종대왕님 처소에 들어가기 전에 벌써 단종대왕님이 서거한 얘기를 듣고서 그래도 거 처소에 갖다놓으라니까 갖다놓고 그 후로 단종대왕님이 태백산으로 가셨다고 하니까 지나가 길에는 단종대왕님을 성황님으로 모시고 지내지요.>

위의 전설은 시기상 맞지 않는다. 단종이 실제로 세상을 떠난 때는 음력 10월이다. 그러나 위의 전설에서는 ‘산머루’가 나타난다. 전설은 실제의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주제 구현에 필요한 소재나 배경을 선택한다. 그것이 같은 때이지만 추익한의 충성심을 강조하기 위해서 산머루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추익한의 등장은 단종의 고귀한 모습을 부각시킨다. 죽어서 그 혼이 태백산으로 가고 있는 단종의 모습은 왕의 모습이다. 귀양살이하고 있는 노산군이나 서인의 모습이 아니라 당당한 임금의 모습이다.

영월에서 태백으로 가는 도중에 단종이 쉬어 갔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러나 영월까지 오면서 남긴 흔적과는 달리 이 길은 죽어서 간 길이라고 하는 차이점이 있다. 단종의 혼백이 옛길을 통해 태백산으로 가는 도중에, 일반 행인이 그러하듯이 잠시 쉬어가면서 길을 재촉하고 있다. 영월에서 태백산을 다니는 일반 사람들처럼 단종도 또한 그렇게 한다.

<영월서 돌아가셔 가지고서는 단종대왕이 가다가 쉰 자리만큼 당이 있어요. 서낭이 있다고요. 영월서 태백산 오는 길에 앉아 쉬는 곳만큼 서낭이 있다고 그래요. 영월서 떠나가지고 그전 옛날에 이 마을 이름은 뭐이라고 불렀는지 모르지 옛날 어른들이 뭐라고 했는지도 모르는데, 단종대왕이 오다 태백산으로 가는 길에 여와 쉬었거든요. 거기서 쉬는데 쉬어 가지고 태백산 저 가다보면 새길령이라는 데 또 있어요. 산 넘어가는 데 영이라는데 거기 가면 당집을 지어 가지고 우리가 치성을 올리는데 거게서 쉬어 가지고 단종이 태백산으로 올라가셨다고, 여개 와서 쉬어 가지고 가셨다고 해서. 단종이 왕이 아니야 단종대왕 어른이지 나라 임금님이 쉬었다고 해서 어평(御坪)이라고 하지요.>


필자소개: 1973년 영월주천 출생.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주요 논문으로는 <단종전설의 신화성 연구>, <현대의 지역축제와 전설>, <영월지역 무형문화유산 실태 및 전승 방향> 등이 있음.

* 영월이야기는 영월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각 읍.면별로 정리 연재형식으로 게재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바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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