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연> 그때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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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연> 그때 그 시절조장환 원주상공회의소 영월지소장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7.10.05 13:50:06

지금 젊은이들이 호의호식하며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은 지난날 여러분 또래의 젊은이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배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민족의 통일보다는 춥고 배고픔에 지쳐있는 민생고를 먼저 해결해야한다면서 5.16혁명을 일으킨 박정희 세력을 미국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들을 인정한다면 아시아 또 다른 국가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헌옷이며 우유가루 밀가루를 주던 원조도 중단 했습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은 존F케네디였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케네디를 만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백악관까지 갔지만 끝내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호텔에 들어와 빈손으로 귀국하려고 짐을 싸면서 한없는 눈물을 흘렸답니다. 가난한 한국에 돈 빌려줄 나라는 이 지구상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우리와 같이 분단되어 공산당과 대치하고 있는 서독에 미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1억4천만 마르크를 빌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서독에 간호사와 석탄 광부를 보내주고 그들의 봉급을 담보로 잡게 했던 것입니다.
그 당시 고졸출신 파독 광부 500명을 모집하는데 무려 4만6천명이 몰렸습니다. 그들 중에는 정규대학을 나온 학사출신들도 수두룩했습니다. 면접 볼 때는 손이 고와 떨어질까 봐 연탄에 손을 비비며 거친 손을 만들어 간신히 면접시험에 합격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출국장인 김포공항에는 간호사와 광부들의 가족과 친척들은 눈물바다를 이뤘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 같았습니다. 남북이산가족 상봉은 만남의 기쁜 눈물이지만 광부와 간호사의 눈물은 이별의 아픈 눈물 이였으니 그 고통은 더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낯선 땅 서독에 도착한 간호사들은 시골병원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여자 간호사들에게 처음 맡겨진 일은 죽은 사람의 시체를 닦는 일이였습니다. 어린간호사들은 무서움과 공포에 떨면서 죽은 시체를 하루 종일 닦았습니다.
남자 광부들은 지하 1천 미터 이상의 깊은 땅속에서 뜨거운 지열을 받으며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하루 8시간 일하는 서독 사람들과 달리 12시간을 깊은 지하에서 석탄 캐는 일을 했습니다. 서독 방송·신문들은 대단한 민족이라며 가난한 한국에서 온 여자 간호사들과 남자 광부들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몇 년 뒤 서독 뤼브케 대통령의 초대로 박대통령은 서독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때는 대통령의 전용기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는 수없이 비행기를 빌려 타기로 하고 미국의 노스웨스트 항공사와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쿠데타정부에 비행기를 빌려줄 수 없다는 미국정부의 압력 때문에 그 계약은 일방적으로 취소되었습니다. 다행히 서독정부가 국방용 항공기를 우리나라에 보내주어 어렵게 서독에 도착한 박대통령 일행을 거리시민들이 플랜카드를 들고 뜨겁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코리아 간호사 만세, 코리아 광부 만세, 코리아 엔젤 만세 독일어를 모르는 박대통령은 창밖을 내다보며 감격에 겨워 그저 땡큐 땡큐만 반복해서 답례를 했다고 합니다. 서독에 도착한 대통령 일행은 뤼브케 대통령과 함께 광부들을 위로하기 위해 탄광에 갔습니다. 고국의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에 그들은 대통령이 연설하기로 한 강당에 모두 모여 들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뤼브케 대통령 수행원들이 강당에 들어갔을 때 작업복을 입은 광부들의 얼굴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습니다.
모두들 목이 메어 애국가를 제대로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나라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억만리 타국에 와서 지하 1천 미터 속에서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려가며 힘든 일을 하는 제나라 광부들을 보니 박대통령은 목이 메어 말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열심히 일합시다. 후손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합니다. 더욱 열심히 일합시다.” 눈물에 잠긴 목소리로 서로 부둥켜안고 박대통령은 계속 열심히 일하자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간호사들도 울면서 육영수 여사 앞으로 몰려 나갔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하며 육 여사의 옷깃을 잡고 울었고 그분의 옷이 찢어질 정도로 잡고 늘어졌습니다.
육 여사도 함께 울면서 자식같이 안아주며 “조금만 참아주세요” 라고 위로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광부들도 뤼브케 대통령 앞에 큰절을 하며 울면서 고맙습니다. “한국을 도와주세요. 우리 대통령을 도와주세요. 우리는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다하겠습니다”를 계속 반복했습니다. 뤼브케 대통령도 같이 울었습니다.
호텔로 돌아가는 차에 올라탄 박대통령은 계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옆에 앉은 뤼브케 대통령은 손수건을 직접 건네주며 “우리가 도와주겠습니다. 서독 국민들이 도와주겠습니다.” 라고 힘주어 말했다고 합니다.
서독 국회에서 연설하는 자리에서 박대통령은 “한국에 돈을 빌려 주십시오. 여러분 나라처럼 한국은 공산주의와 싸우고 있는 나라입니다. 한국이 공산주의와 대결하여 이기려면 먼저 경제를 일으켜야 합니다. 그 돈은 꼭 갚겠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를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자원도, 기술도, 돈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였습니다. 유엔등록국가 120개국 중 필리핀은 국민소득 170달러, 태국이 220달러 였지만 한국은 겨우 76달러였습니다. 세계 120여개 나라 중에 인도 다음으로 못사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였습니다.
1964년 국민소득 1백 달러가 되었습니다. 여자들은 머리카락을 잘라 외국에 팔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간 아들 학비 때문에 머리카락을 잘라 팔았고 식구들 한 끼 식사 때문에 보리쌀, 옥수수, 밀가루를 사기위해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전국에 쥐잡기 운동을 벌여 쥐털로 일명 코리아 밍크를 만들어 외국에 팔았습니다. 돈 되는 일은 뭐든지 다 만들어 외국에 팔았습니다. 결국 1965년에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조국 근대화의 점화는 서독에 파견된 간호사와 광부들이였습니다.
박대통령은 조국근대화에 지독하게 집착했습니다. 우리세대와 더 나아가 앞으로 태어날 후손들에게만은 절대로 가난을 물려주어서도 안 되고 가난 때문에 세계에서 업신여김을 당해서도 안 되고 통일을 하기 위해서도 경제가 발전되어야 된다고 크게 믿고 있었으며 후손들을 생각할 줄 아는 책임감 있는 지도자였습니다. 박대통령과 당시 세대들이 힘을 합쳐 이방인들의 죽은 시체를 닦으며 수천 미터 지하에서 땀을 흘리며 일한 지난 세대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편안한 생활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을 지금 젊은 세대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 글은 필자가 국제로타리 봉사활동을 하면서 총제님의 강의가 공감이 되어 적어 보았습니다. 나라가 있어야 가정이 있고 가정이 있어야 이웃이 있는 것입니다. 나라 없이는 아무리 좋은 가정을 갖고 있어도 사람다운 삶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자유와 인권을 빼앗기고 경제통합과 식민지 통제로 지배를 당합니다.
훌륭한 국가를 가진 민족은 세계 어디를 가도 존경받지만 그렇지 못한 민족은 개인적으로 아무리 똑똑하고 훌륭해도 사람다운 대우는커녕 천민대우를 받습니다. 이 서러움은 해외를 많이 다녀보지 않은 사람은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같은 쇼파에 앉지도 않고 같은 식당에 앉지도 않으려 하는 외국인을 볼 때 스스로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아야 하며 무심코 앉았다가는 외국인들이 멸시하며 차가운 눈초리를 보냅니다. 60~70년대에는 우리의 조국이 부끄럽고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88올림픽을 치르고부터 조국이 자랑스럽고 당당해지기 시작했습니다. 90년대를 지나 월드컵을 개최 하고나니 이제는 우월감마저 생기는 것은 지나친 교만일까요?
국가통제권을 빼앗기고 침략을 당하고 초근목피로 기사회생을 이룬 세대들을 인정해주세요. 옛날을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