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오피니언 |
|
<어라연>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신혜영 수필가, 석정여자중학교 교사 |
|
|
며칠간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오늘은 끝닿은 데 없는 높은 하늘에 한가득 구름이 피어오르고, 잠시 숨어 있던 햇살이 소리 없는 찬란함으로 온 대지위에 쏟아지고 있다. 가을이다. 누구에겐가 가을이야···라고 말만해도 눈물이 핑 돌 것 같은 아스라한 고향에 향기 같은 것, 그런 가을이 왔고, 이제 며칠 후면 한가위 중추절이다.
한가위가 가까우니 떠오르는 옛말이 있다. 바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다. 이건 추수철인 한가위에는 먹을 것이 일년 중 가장 풍성하고, 풍성함 속에서 서로에게 베푸는 넉넉한 마음 때문이리라.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가장 기쁘고 즐겁고 기분 좋은 명절이기에 일 년 365일이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바람이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친척들이 모여 송편을 빚고, 어머니가 장터에서 사 오신 추석빔을 입고 이웃에 송편을 돌리던 어린 시절과는 달라졌지만 그래도 요즘 부쩍 거리에서 자주 보게 되는 우체부 아저씨랑, 과일상자를 나르는 과일가게 아저씨, 손놀림이 바빠진 장터의 할머니들 모습은 한가위가 가까워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집을 떠났던 가족을 만나고,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얼굴보기 힘들었던 친인척들을 만나 정다운 대화를 나누고 웃음꽃이 활짝 필 한가위.
그러나 어제 본 기사 하나가 마음에 걸린다. 시골에서 6남매를 남편 없이 홀로 키운 어머니가 막내딸을 시집보낸 뒤 몇 년째 자식이 명절에도 찾아오지 않는다며 내가 무엇을 자식들에게 잘못했기에 자식 하나 찾아오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흘리는 깊은 산골 주름진 한 어머니의 사진이 온종일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 가장 하기 쉬운 일도 사람노릇이라 했고, 가장 하기 어려운 일도 사람노릇이라 했다. 맞는 말이다. 우리들은 모두 가장 쉬운 일임에도 가장 어려운 일인 양 행하지 못하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살아가고 있다. 문득 나 자신도 되돌아보며 이번 한가위에는 홀로 되신 친정아버지와 친척 분들도 찾아뵙고, 그동안 소훌 했던 지난날 은사님과 주위 분들께 편지글도 올리고, 친구들에게도 즐거운 한가위가 되라는 메일도 보내며 사람노릇 좀 해봐야겠다.
정(情), 나누면 더 넉넉해지고 커지는 것이 정(情)이라 하지 않던가?
오랜만에 고추 따러 밭으로 향하는 길가에 여름부터 성급하게 땅과 하늘 행간을 가득 메우며 환하게 꽃구름을 만든 코스모스와 그리고 주렁주렁 달린 포도밭 포도송이, 밤나무골 밤송이가 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하고 넉넉하다.
올 한가위엔 모든 것이 풍성하고 넉넉함 속에 커다란 보름달도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커다란 보름달만큼이나 큰 사랑을 서로에게 나누며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다. |
| <저작권자 © 영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