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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인구 유입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주민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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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일본 유후인 마을의 모습이다. 1만2000명이 살고 있는 유후인은 일본의 최고 관광명소로 꼽히며 년간 42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유후인은 대규모 관광단지가 있는 곳이 아니라 전통과 자연, 문화를 주제로 주민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었다.
영월군 인구가 4만명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의 추세로 볼 때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3만명선으로 내려갈 것이 확실하다. 5만명선이 붕괴될 때 영월군에서는 영월출신 출향인의 주소지를 영월로 옮기는 다소 황당한 인구유입정책을 실시했었다. 지금 인구가 4만명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은 인구 감소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관내 기업, 관공서, 개인사업장, 복지시설 등의 근무자들에 대한 주소지 이전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다소 황당하고 매우 절박한 인구 감소 방지대책을 시행하고 있는 행정기관의 입장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어떤 기준선에 다다랐을 때 행정은 다급해하며 그 선을 지키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군민의 입장은 씁쓸하다. 인구 감소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벌써 20여년 동안 계속된 얘기다.
도저히 무너질 수 없을 것 같았던 4만명선이 붕괴직전에 놓여 있는 지금 우리는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지자체와 주민들은 경제개발만이 살 길이라고 여기고 그것을 위해 매진해왔다. 대규모 공단유치나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 그리고 기업유치와 축제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대부분은 실패했다. 이제 그동안 대부분의 주민들과 자치단체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주민들은 인구가 감소하고 지역 상가가 적자로 철시하는 상황을 바라보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저 자치단체가 뭐하고 있냐는 식의 대응이 전부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밀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수립하고 추진하지 못했던 것은 자치단체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주민들이 따라주지 않아 되는 일이 없다는 식으로 매도하기 일쑤였다. 더 근본적으로 인구 감소를 바라보는 주민과 자치단체의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구가 많고 적음에 따라 그 지역 주민들의 삶에 질 또한 높고 낮은 것인가. 인구의 과소가 그 지역의 경제활동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가. 과연 인구가 그 지역을 모든 것을 결정하는 최대 요인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인구수는 지역을 규정하는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자치단체는 마치 인구수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해 왔다. 그리고 인구유입을 위해 기업유치와 관광개발에 몰두해 온 것이다. 현실에 대해 냉철하게 분석하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노력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인구 감소율을 줄이거나 인구 감소에 대응한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민관협력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 것이 영월군의 모습이었다.
일본 유후인의 경우 인구가 1만2000여명에 불과하다. 도시내에 4~5층 이상의 건물조차 없다. 도심 도로는 차량이 다니기에는 매우 불편하다. 하지만 그 유후인에 매년 4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왜 그럴까. 유후인 마을에는 '천년을 넘는 마을의 역사, 풍토, 문화, 그 두터운 시간 위에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보양 온천지, 유후인마을'이라는 명확한 관광마케팅 컨셉이 있다. 자연의 숨결과 대지의 베풂에 따라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치유의 고향인 것이다. 유후인의 자연과 전통은 농경에 의해서 이어져 왔고, 농촌의 한가롭고 그리움 가득한 고향의 풍경이야말로 유후인의 진정한 매력이 되었다. 또한 유후인 마을은 농경과 관광을 연결하여 실질적인 농촌 본연의 생활을 지속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유후인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마을의 여관에서 사용하거나 선물로 포장하여 판매함으로써 지역의 농업활동과 관광을 연결시키고 있다. 그들은 이것을 지키기 위해 기업의 대규모 개발은 물론 일본정부에서 추진했던 대규모 관광개발계획조차 거부했으며 5층 이상의 건물은 건축하지 못하도록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또 있다. 해발 1300m에 위치한 토가무라 마을의 경우 인구는 800여명이다. 일년에 4개월 이상 4m 이상 쌓이는 눈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산을 몇 개 넘어야 마을을 만날 수 있을 만큼 오지다. 4~5층 이상의 건물은 고사하고 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조차 없다. 이곳에서 매년 여름 120개국 370여개 단체가 참가하는 세계연극제가 열린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관광개발이라 하면 호텔을 짓고, 관광지를 개발하는 것으로 만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차별화된 관광마케팅전략으로 성공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의 가장 기본에는 현재 그곳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지역의 자연, 전통, 문화를 중요시하고 현지 주민들이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 외부 관광객들에게도 관광하기 좋은 마을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실제로 유후인과 토가무라는 주민들의 시골(?)스러운 생활모습 자체도 훌륭한 관광상품이고 잘 가꾸어진 마을이 최고의 관광자원이 된 것이다. 인구 많고 적음과 지역의 멀고 가까움이 삶의 질을, 관광산업의 승패를 좌우하지 않는다.
영월의 자연환경자원, 역사유적자원, 문화자원 등은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나다. 인구가 없다고 이러한 자원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마을만들기와 관광마케팅 등의 기본은 다르지 않다. 인구 감소와 경제력 쇠락을 걱정하기 보다는 지금부터라도 현재 영월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영월은 살기 좋은 곳이라는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골은 시골다워야 하고 영월은 영월다워야 한다. 명품도시는 도시 미관을 바꾼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을 비롯한 모든 주민들의 의식이 새롭게 전환되는 것이다. 성장만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보존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보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더 좋은 것, 더 최신 제품, 더 크고 화려한 것을 찾는다면 대도시를 지향해야 하지만 시골에 살면서 그것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갖기를 원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반대로 대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매일 숲을 만나고 가까운 곳에 강을 접하면서 좀 더 여유롭게 살기 원한다면 그 사람은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시골은 시골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내고 그 곳에서 삶의 질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위해 다음과 같은 주제의 제안을 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민관협의체 결성 및 운영' '중앙로에 가로수를 다시 심기' '쓸모없는 도심내 작은 공간을 작은 쉼터로 조성' '사람이 걷기 편한 도심도로를 조성' '지역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 '지역주민들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학생들을 위한 휴식과 학습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운영' '장애인과 노인, 영세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현실적인 복지시설과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운영'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지역축제 발전을 위한 민간위원회 구성과 전문가 양성을 위해 투자' '최대한 지역내 자립경제구조를 조성' '시민활동가를 제도적으로 육성' '지역특산물을 개발하고 육성' '환경과 역사, 문화, 교육 등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개발' '능동천 등 소하천을 살아있는 개천으로 복원' '각 관광지를 안내할 수 있는 전문 자원봉사자를 육성' '각 권역별로 각각의 특성을 가진 마을을 육성' '도심에서 5분 걷기 운동을 전개' '농촌마을만들기를 위한 전문가를 채용해 지역에 배치' '내 집 담장 허물고 나무, 꽃, 텃밭가꾸기' '골목길 바닥에 자연석 깔고 꽃 심기' 등 무수히 많은 주제들에 대한 제안이 가능할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도심,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자연스러운 마을, 개성이 살아있는 마을들간의 조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교육, 지역농산물의 지역사회 소비 등 자립경제기반구축 등 이러한 것들이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한층 높여주는 기본가치가 된다. 그러한 기본가치가 모든 개발의 중심가치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도 지역주민도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물질의 풍족과 편리함이 삶의 질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지켜내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주민들이 살기 좋은 지역에는 관광객들도 많고 들어와 살고 싶은 사람들도 많다. 그것이 명품도시다. 관광활성화와 인구 유입도 그렇게 이뤄지는 것이다. <최홍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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