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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연> 데자뷰(deja vu)신승태 나라벤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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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종종 생전 처음 접하는 장소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눈에 익고 예전에 똑 같은 현상을 겪어본 듯한 느낌, 또는 어떤 상황과 그곳에 놓인 물건들이 이뤄내는 정경(情景)을 언젠가는 한 번 본 듯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이른바 이미 봤다(안다)는 느낌이라는 뜻의 '기시감(旣視感)', 또는 '기지감(旣知感)'이라고 하는데, 서구에서는 프랑스어로 데자뷰(deja vu)라는 용어를 쓴다. 데자뷰는 에밀 보이락(Emile Boirac 1857~1917)에 의해 처음 사용 되었는데, deja는 '이미(already) ’ vu는 '보았다(seen)'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데자뷰의 의미는 '이미 보았다' 즉, 처음 접하게 되는 사물이나 풍경 또는 사건인데도 예전에 보았던(겪었던)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이른다.
이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아직 시원스럽게 제시된 이론이나 설명이 없다. 우리 두뇌가 기억을 착각하거나 혼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보는 과학적 이론에서부터 환생과 같은 심령과학적 초자연 현상으로 풀이하는 것까지 다양한 견해들이 나와 있을 따름이다.
초자연적 현상이나 초심리학의 영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생의 기억이라는 주장. 즉 지금의 삶을 살기 전, 과거의 전생에서 접했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직접 가보지는 않았어도 꿈속에서나 아니면 일종의 무의식상태에서 ‘천리안(Clairvoyance)’ , 즉 원격투시 현상으로 접했던 장소를 나중에 실제로 가보고는 기시감을 느끼는 거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한편 기시감에 의한 신비감은 환생과 업(業.카르마)에 관한 사고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서구의 아이가 가르치지 않은 불교식의 절을 해 부모를 놀라게 했다가 얼마 뒤 길거리에서 만난 티베트 승려에게 다가가 스스럼없이 다시 절을 했다는 등의 스토리 등으로 발전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환생과 업에 관한 동양적 사고가 이 기시감의 근원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도 없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자신의 '영원회귀(永遠回歸)'에 관한 사고를 설명하면서 "세계는 그 자신을 무한히 반복했고 자신의 놀이를 영원히 계속하는 순환"이라고 규정할 때 기시감의 서구적 단초는 이미 충분히 나타났다.
최근 미국 MIT 신경학과가 이 데자뷰의 신비감을 제거하고 나섰다. MIT대 신경학과의 스스무 도네가와(Tonegawa) 교수팀은 지난 6월 7일 과학잡지 ‘사이언스(Science)’ 인터넷판에 실린 보고서에서, 뇌의 해마 내에 있는 ‘치아 이랑(dentate gyrus)’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데자뷰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치아 이랑 부위는,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전혀 다른 장소나 경험들을 구별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데자뷰란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듯 초자연적인 신비한 체험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들을 구별해내는 뇌기능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반드시 이 연구가 100% 맞다고 주장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에 있었던 모임에서 처음 오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어느 분이 나를 한참 보시면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는 말씀을 여러차례 하셨다. 나도 가끔은 처음 뵙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아, 저 분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은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것이 내 뇌의 해마 내에 있는 치아이랑의 기능 이상인지, 아니면 전생의 인연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두고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치아이랑의 기능 이상이라고 해도 문제지만 만일 전생의 업연(業緣)에 의한 것이라면 아마도 나에게 더욱 더 겸손함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과거의 인연이 현세는 물론 내세까지 이어진다면 현세를 살고 있는 나로서는 더욱 자신을 낮추고 베풀고 용서하고 겸손하게 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다. 아마도 내가 기시감을 느꼈던 분들이 모두들 ‘저 놈이 현세에서는 제대로 잘 하고 있나’하고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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