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정유년(丁酉年)의 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많이 나누시기 바랍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존재한다고 믿었던 상식과 원칙이 모두 무너지는 처참한 경험을 했습니다. 참으로 우울한 2016년을 보냈습니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과 권력의 사유화로 국민들은 ‘분노의 촛불’을 들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있지만 이미 국민의 심판은 끝났습니다. 국회가 이를 반영하여 탄핵안을 가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에 타올랐던 촛불의 의미는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집권세력의 국정농단과 헌정파괴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약탈적이고 기만적인 정치·경제·사회 체제를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장에 모든 것을 뜯어고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상식적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소망일 것입니다. 이것은 절차의 정당성과 과정의 투명성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의 간절한 표현입니다. 광장에서는 동료와 시민들 간에는 우애와 연대, 배려와 협동이 있었습니다. 가족, 친지, 동료와 혹은 홀로 나와서도 낮선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의견을 나누고 공감했습니다. 중·고등학생들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고 발언했습니다. 계절적으로는 절망의 겨울이지만 느낌으로는 희망의 봄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2017년을 서울의 광화문 광장과 전국 각지의 촛불 속에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절망과 패배, 좌절과 두려움을 모두 불사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새해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2017년은 그리 녹녹하지 않습니다. 광장을 떠나는 우리는 다시 고립된 개인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광장의 우애와 연대는 광장 밖의 경쟁과 이기심으로, 배려와 협동은 차별과 배제로 바뀌어 있을 것입니다. 광장을 떠난 시민은 더 이상 연대한 시민이 아닌, 원자화된 개인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대선정국에서는 개헌을 놓고 정치권의 이전투구가 나타날 것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각국은 자국 우선주의로 경쟁과 갈등이 심화될 것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재설계’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촛불시위로 모아진 민의(民意)를 구체제 청산과 새로운 체제의 수립으로 이어가야합니다. 새로운 나라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 생각해봅니다. 광장의 목소리는 다양합니다. 혹자는 재벌개혁을, 누군가는 특권과 부패 척결을, 어떤 이는 갑질과 학벌주의와 남성중심사회의 청산을 주장합니다. 필자는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와 기회의 평등이 구체제와 낡은 질서 대신 사회의 중심적 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탐욕을 내려놓고 인간적 성장에 도달할 때 평화도 올 것입니다.

  지방정부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우리나라의 민선 지방자치의 20년 동안의 성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오늘날 지방자치에 기대하는 시대정신은 담론적 구호에서 소득, 고용, 복지, 환경, 주거, 문화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체감되는 구체적인 성과로 전환되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지방자치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월군정은 2017년 당초예산을 2016년 대비 11.68% 증가한 3,500억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지방정부에서도 예산의 집행과정이 ‘절차의 정당성과 과정의 투명성’ 속에서 이루어지는가를 주민들이 지켜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정부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서도 주민들의 촛불의 의미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자본은 중요합니다. 사회적 자본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사람과 조직의 관계에서, 조직과 조직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말합니다. 사회적 자본의 요소 중에 하나인 신뢰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더디더라도 함께 가는 지혜가 절실합니다. 주민과 행정, 주민과 의회, 노사, 계층과 계층이 서로 양보하고 신뢰하면서 영월군 전체의 발전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함께 참여하고 토론하고 비판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영월군의 모습을 설정하고 모두 함께 그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영월신문은 기사를 통해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토론과 비판, 설득과 양보의 문화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영월군의 행정과 의회는 영월에서 주민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길 바랍니다.

   2017년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있는 그대로 충분히 존중받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남녀노소, 국가, 종교, 장애, 빈부가 개인을 설명하는 내용일 뿐이지 부당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사회는 바라고 소망한다고 자연히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대신 만들어 줄 수도 없습니다. 꽃비가 내리는 봄이 기다려집니다. 그 꽃비를 맞으며 나들이를 하고 싶습니다. 그 나들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