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연> 촌 아줌마 중국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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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연> 촌 아줌마 중국에 가다이윤정 주부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7.05.11 11:54:15

3년을 기다려 드디어 열 한 쌍의 부부가 여행을 하게 되었다. 큰 건물과 수많은 인파에 울렁증이 있는 나는 잔뜩 긴장해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서자마자 많은 사람과 복잡한 구조에 기가 죽었다. 수속을 마치고 상해항공을 탔는데 비행기가 어찌나 좁고 낡았는지 중국이 “그렇지 뭐” 구시렁대다니 어느새 푸동 공항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상해 임시정부청사에 갔는데 그 의미와 역사성에 비해 규모가 작고 초라하게 보였다. 중국정부에서 없애려고 하다가 우리정부의 요청으로 어렵게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장가계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고 밤늦게 도착해 호텔에 짐을 풀고 다음날 일찍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다.

가이드는 순박하게 생긴 조선족 청년이었는데 장가계라는 이름과 그곳 원주민인 토가족에 대하여 한참을 설명하고는 관광지에서 물건을 살 때 주의하라는 것 까지 세세히 알려준다. 버스로 두 시간쯤 가니 백장협이라는 협곡이 나오고 이어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암석들이 기묘한 형상을 하고 끝도 없이 펼쳐져있는데 그림같다해서 십리화랑이라고 한다.

원가계를 둘러보니 뾰족뾰족한 바위산들의 무시무시하면서도 장엄한 위용이 우리 눈과 입을 다물 수 없게 한다. 하루 종일 올려다보기도, 내려다보기도 아찔한 높이의 바위들과 북적대는 인파에 싫증이 날 무렵 내려와서 저녁을 먹고 토가족 젊은이들이 해주는 발마사지로 피로를 풀고 다음날 다시 관광에 나섰다.

산 정상의 보봉 호수는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데 주변경관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석회암동굴인 황룡동굴은 어찌나 규모가 큰지 영월의 고씨동굴은 애기 같았다. 동굴 안에서 배를 타고 이동했고 그 안에는 사람이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처럼 기묘한 종유석들이 갖가지 모양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이틀 동안 보고 나니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되게 규모도 웅장하고 볼거리도 다양했지만 왠지 인간을 거부하는 느낌과 인간을 위협하는 듯한 인상 때문에 푸른 소나무와 둥그런 능선을 한 작은 우리의 산이 그리워졌다.

장가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토가족의 풍습과 그들의 상술이었다. 두 개 천 원 하던 것이 오 미터도 못가 다섯 개 천원이 되는 제멋대로 부르는 가격과, 서툰 한국말로 “싸다 아줌마” “두 개 천원”을 외치는 그들과 흥정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맘대로 사진 찍고 들고 와서 “이 천원”하면서 줄 때까지 쫒아오고, 밤이나 귤을 들고 가는 곳 마다 붙잡고 따라붙어 물건을 사라는 그들을 피해 도망하는 것도 한 재미였다.

웃는 얼굴로 뒤통수치는 것보다 차라리 내놓고 누구나 다 아는 뻔한 거짓말을 하는 그들이 오히려 순수해 보이기까지 했다. 돌덩어리 산만 보았으면 심심했을 텐데 토가족 원주민이 있어 웃으며 지루하지 않았다. 어쩌면 토가족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의 하나가 된 듯했다. 얼마안가 여기도 자본주의의 폭탄에 그들만의 전통과 문화가 곧 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소수민족의 하나인 조선족은 거기서도 교육열이 높아 우수한 성적을 받는데 차별이 심해서 결혼이나 취업이 어려 워 한족으로 호적을 바꾸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말하는 조선족청년의 눈망울이 슬퍼보였다. 유일하게 조국이 있는 소수민족인 조선족에 대해서 우리는 아무 책임이 없는 걸까?

정부가 운영하는 곳이라며 쇼핑장소로 가면 관광객에게 번호표를 주어 구매정도에 따라 가이드에게 점수가된다고 하니 이래저래 한보따리씩 사들고 나오게 된다. 쇼핑을 끝으로 장가계와 조선족청년과 이별하고 밤늦게 상해 행 비행기를 탔다.
자정이 넘어 도착해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상해일정을 맡은 조선족아가씨의 안내를 받아 졸정원이라는 넓고 아름다운 정원을 시작으로, 항주미인을 소주의 비단옷을 입히고 광주에서 음식을 사주면 어떠한 미인도 넘어온다는 그 소주 비단 공장을 갔는데 그곳 역시 중국정부의 주도하에 운영되는 쇼핑코스였다. 매장을 꽉 메운 한국 사람이 비단 솜이나 옷을 엄청나게 사들고 나온다. 관광수지적자의 현장을 목격하는 것 같았다.

호구산을 구경하고 내려와 중국식당에 가서 근사한 저녁을 먹은 다음 서커스 관람을 하러 극장에 갔다. 서커스인의 대부분이 역사책에서 잠깐 배웠던 위구르족이라는 소수민족인데, 가난 때문에 어려서부터 위험한 곡예를 배운다는 소리를 들어서 아슬아슬한 묘기가 즐겁기보다 애처로웠다. 가이드가 북한의 곡예가 세계 최고라는 말로 북한의 가난을 대신 설명한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가운데 마지막일정인 야경을 둘러보았는데 밤 열시까지 모든 건물은 무조건 전깃불을 켜야 한단다. 중국정부의 관광산업에 대한 자신감과 집중적인 투자가 여실히 느껴짐과 아울러 우리의 관광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원인을 찾아 분발해야 하는 이유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일행 중 젊은 엄마에게 중국을 다녀가는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뭔가 두렵고 조급하고 초조해진다고, 집에 돌아가면 자식 교육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진지하게 말한다. 공감이 되어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범국민적으로 정신재무장 운동이라도 벌여 지혜를 모아야 중국, 일본 같은 맹수들 사이에 있는 우리가 살 수 있다고 두 아줌마가 제법 애국자가 되어 우리나라를 걱정하며 이 사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냐는 말로 끝을 맺었다.

며칠 주마간산으로 중국관광을 하고 온 한국인이 중국의 일부를 보고 우습게 여기거나 업신여기는 투로 말하는 것을 자주 본다. 위험한 생각이다. 상해에 진출한 각 나라 기업과 서울 보다 더 높고 넓은 빌딩숲이 세계경제가 주목하는 시장임을 알게 했고, 엄청난 인구와 땅, 그리고 아시아 문화원류라는 역사의 힘까지, 알 수 없는 저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 내내 기분 나빴던 건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기이고 승객이 거의 한국인인데 기내방송은 영어가 간혹 들릴 뿐 모두 중국어였다. 이렇게 많이 한국 사람의 주머니를 털어 가면서 한국어 방송 한 번 안하는 그들의 자신감인지 오만함이 화가 나서 우리나라에서도 잘 못 따지는 내가 내리면서 아는 영어 단어를 되는대로 조합해서 ‘여기 다 한국 사람이니 한국말로도 해 달라’고 했더니 승무원의 눈이 둥그레진다. 외국에 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더니 작지만 굳세게 살아내는 우리 민족과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의 우리나라가 더 소중히 다가왔다.
지출은 많았지만 다시 한 번 우리, 우리나라에 대해서 가슴 먹먹한 그 어떤 것과 조국의 절절함을 안고 돌아오며, 고맙습니다.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