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연> 송구영신(送舊迎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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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연> 송구영신(送舊迎新)조장환 원주상공회의소 영월지소장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7.02.23 13:08:00

칼바람이 눈가의 잔주름을 찌푸리게 하더니 입춘을 지나면서 봄기운이 벌써 기지개를 켠다.
화살보다 빠른 것이 세월이라고 했지만 사람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게 한다. 고추보다도 맵고 송곳에 찔린 것보다 더 아픈 상처도 강물에 풀린 한 방울의 잉크처럼 가물가물 사라지게 하는 것이 세월이다. 사탕처럼 달콤하고 구름 위를 거닐듯 그렇게 아름다웠던 사랑도 희미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세월인 것 같다. 지나간 병술년도 새해를 맞을 때 많은 것들을 다짐하고 새로운 희망을 키운 탓으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웃들 속에 축복받은 일 년을 보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정해년 새해에도 남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면서 기쁨을 주는 일에 더욱 노력해야 될 것 같다. 황금 돼지 해라하여 많은 사람들이 큰 노력 없이도 복이 굴러들어 올 것이라 생각하여 막연히 부푼 희망 속에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이든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아야 하는데 공연히 나부터 마음이 들뜨고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은 어째서 일까.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늘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한 파괴적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파괴적으로 사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악해서 죄를 짓는 것이 아니고 죄가 되고 복이 되는 이치를 깨우치지 못해 죄 짓는 사람이 더 많다.

새해에는 복이 되는 이치를 잘 깨우쳐 미움, 분노, 자만, 탐욕이 남아 있다면 지금 당장 훌훌 털어버리자. 머릿속에 미움을 담고 있어서는 결코 사랑을 베풀 수가 없다. 남을 이해하고 포용하기도 짧은 인생인데 미움과 분노를 가슴에 담고 있어서야 어찌 보람된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부질없이 욕심을 내는 일도 탐욕이다. 탐욕은 털어내야 새로운 꿈과 희망을 담을 수가 있다. 그래야만 비어있는 그릇에 새로운 것들을 담듯 새해에는 알찬 것들만 골라내어 열매를 맺게 하고 지저분한 것들은 과감히 털어내자.

우리의 고질적인 폭탄주 문화는 정말로 고쳐야 한다. 이 관습이 계속되는 한 국민의 건강은 지킬 수 없다. 지난 연말연시에도 각종단체 망년회, 동창회, 직장회, 동호회 어디를 가보아도 폭탄주 러브샷이 빠지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폭탄주 때문에 엄청난 불편을 겪는가 하면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경찰관이 연말연시를 맞아 특별단속을 벌이고 예상되는 길목에서 집중단속을 하며 시민단체와 함께 음주운전 추방캠페인을 벌여도 폭탄주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2007년부터는 패가망신하는 일이 없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술잔 돌리는 일이 없도록 계도해야 할 것이다.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안 먹겠다는 사람에게 강권하는 것은 폭력이다. 특히 관광버스 안에서 강요하는 술잔은 거부하기가 정말 어렵다. 술을 조금 받으면 멸시하거나 인정 없는 사람이 되고 술잔은 차야 정이 넘친다고 하니 안 받을 재간이 없다. 또한 술잔을 받지 않으면 이방인 취급을 하며 분위기에 호응하지 않는 배신행위로 간주하니 더욱 견디기 어려운 노릇이다. 수십 명이 빨아먹던 종이컵 술잔은 정말 비위생적이다.

그래도 정으로 준다는데 거절하면 너무 냉정한 것 같아 눈 딱 감고 받아먹으니 건강 버리고 음주 운전할 우려가 크다.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아무도 책임져주는 사람도 없다. 얼마나 비합리적인 문화인가. 술잔을 강요하는 것은 정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친구를 버리는 폭력행위나 다름없다. 이제부터는 제발 술잔 돌리는 문화를 고치자. 술잔을 돌리는 곳은 세계어디를 가보아도 없다. 죽기 살기로 마시는 폭탄주는 한국의 전통음주문화가 아니다. 우리조상들의 반주문화를 찾아야 한다.

술의 도수가 낮은 와인의 나라 프랑스, 맥주의 나라 독일도 상대방에게 술잔 돌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 변해야 한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고 부여잡고 있는 것은 고여 있는 물과 같다.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저항 때문이지 남을 탓할 수만도 없다. 그러나 변화 하기위해서는 더 나은 삶과 생존을 위해서라고 자기 자신을 설득시켰을 때 가능하다.

길들여졌던 것과 결별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자 그러면 폭탄주는 없앨 수 있을 것이다. 행동이 바뀌면 습관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경북 포항시에서는 최근 건전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서 리, 통장 900명을 대상으로 술잔 안 돌리기 서명운동 및 건강검진 캠페인을 전개했다. 지난 2002년부터 건강도시 포항시를 만들기 위해 술잔 안 돌리기 및 절주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결과 지금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포항시 모든 공무원이 술잔 안 돌리기 홍보요원이 되어 50만 시민 건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 영월군도 리, 반장들이 주축이 되어 술 잔 안 돌리기 군민 건강지키기 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겨울나무들이 낙엽을 털어내듯 나쁜 관습들은 과감히 바꾸고 2007년도에는 새로운 그릇에 새로운 희망을 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