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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의 죽음유성목 영월문화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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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시가지를 지나노라면 손수레에 폐지와 헌 종이상자를 가득 실고 한쪽 발을 절며 끌고 가시는 할머니를 가끔 만난다.
손수레를 끌고 힘겹게 언덕을 오르내리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성한 몸도 아니고 연세도 많은데 열심히 살고 있구나’하고 생각하며 여러 가지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곤 했었다.
날씨가 덥거나 춥거나를 가리지 않고 조금도 불편해 하거나 귀찮은 표정 없이 밝게 열심히 생활하시는 삶의 모습이 우리들에게는 귀감이 되고 있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 얼마 후 할머니가 문화예술회관에 들려 상품을 포장했던 빈 종이상자를 정리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몇 차례 보게 되었는데, 불편한 한쪽 다리를 길게 펴고 땅에 편안히 앉아 즐거운 표정으로 콧노래를 불러가며 하나씩 하나씩 빈 종이상자를 정리해서 손수레에 실은 다음 주위의 쓰레기를 말끔히 정리하고 떠나는 뒷모습을 나는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만치 사라져가는 그 분의 뒷모습을 보노라면 크고 위대한 분의 행차가 지나간 뒤처럼 내 행색과 삶이 초라해지고 뭔가 가슴을 억누르는 것처럼 답답해져 왔다.
세상이 저 분의 삶처럼 바르게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가득 찼으면 어떤 세상이 될까?
불편한 장애인으로 힘겹게 생활하는 저 모습이 위대해 보이고, 행복해 보이고, 큰 모습으로 우리 가슴에 담겨져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몇일 전만해도 그 할머니를 보았는데 돌아가셨단다.
딸네 집 옆에서 혼자 살며 하루 이삼천 원 벌이로 연탄 값과 전기료를 스스로 마련하겠다며 열심히 살던 그 할머니가 밤새 잠자는 듯 조용히 돌아가셨단다.
건강하고 보람 있게 살다가 편안하게 저 세상으로 가고 싶은 인간 누구나의 바람을 할머니는 성취하시고 지금쯤 하느님 옆 천국에서 편안히 쉬시리라 믿는다.
할머니! 부디 편안히 영면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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