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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와 논술김수영 영월공업고등학교 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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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끙끙대며 써 보았을 것이 연애편지가 아닌가 한다. 막상 쓰고자 하여 밤새 머리를 굴려도 근사한 말은 떠오르지 않고 애꿎은 편지지만 구겨대다가 급기야는 대필을 구하게 되는데, 대필은 글씨체뿐만 아니라 문장력이 있어야 인기가 있었다. 이런 대필자는 대부분이 두꺼운 안경에 옆구리에는 항상 책을 끼고 사는, 교내에선 문학도로 통했었다.
연애편지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편지로서 그 내용에 있어서는 일반 편지와는 좀 다른 것으로, 이성적 사고력에 감성적 창의력을 가미시켜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호감을 얻어내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논술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제시된 주제에 대하여 의견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여 상대방(평가자)에게 좋은 점수(호감도)를 얻어 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다른 점이 있다면 논술은 발산적 사고력이, 연애편지는 수렴적 사고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쪽 다 독해력이 풍부해야만 가능하다. 즉 책을 많이 읽어야만 연애편지도 논술도 잘 쓴다는 얘기다.
2008년 대학입시에서의 논술비중이 크게 반영된다는 일부 발표에 따라 온 나라가 논술열풍에 휩싸인 가운데, 관심이 집중되었던 2007년 정시논술시험이 대부분 끝났다. 앞으로의 시험에 향배(向背)가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번 정시논술의 특징은, 교과서 활용이 두드려졌으며 논제도 수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게 중평이다.
논제의 수준도 보편문명 이해, 타인에 대한 인식, 인구감소에 대한 해결방안, 빈곤국에 대한 국제원조, 예술의 기능과 역할, 정보지식사회에서의 영역별 속도변화 등 우리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주제들이었다.
대부분이 인문계열 위주로 출제 되었던 문제들로 주로 언어와 사회 통합문제였다. 자연계는 부산대의 '진화론'과 숙명여대의 '과학 기술에 대한 접근방법' 등이 있었으나, 통합교과형논술 문제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통합교과형 논술은 앞으로 각 대학별로 1월말이나 2월 중순에 계획되어 있는 모의고사의 출제 경향을 지켜봐야 그 윤곽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훈장반납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은 청춘시절에 편지를 많이 썼다고 한다. “책에서 얻은 지식들로 내 생각을 키웠고 편지를 통해 그 생각들을 검증받고 바른 생각인지 확인했다”고 한다. 편지를 쓴다는 그 자체가 공부였다고 편지의 효용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45개 대학에서 약 5만 명 정도가 논술고사를 통해 신입생을 모집한다. 이는 올해 수능응시생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논술을 통하지 않고 갈수 있는 대학이 더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논술을 보는 대학들이 서울지하철 2호선 대학들이고, 또한 사회일각에서도 논술형 인간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체의 입시시험에서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공무원 시험에서도 논술시험을 보고 있다. 어차피 준비해야 한다면 오늘부터라도 연애편지를 써보자. 책 좀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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