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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글벗문학회>아침에 죽음을 읽다
강송숙 글벗문학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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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정년 여든을 육박하는 이때
이제 마흔이 무슨 불혹이겠으며
쉰이 어찌 지천명이랴
눈만 감았다 떠도 민둥산 억새마냥 가슴이 흔들리고
밤새 몇 번을 내 안에서 죽이고 또 죽였던 네 모습이
아침이면 다시 살아나 내 앞을 어지럽히는데
그래
바야흐로 육박의 시대라.
가는 데까지 가 보는 수밖에
인생칠십고래...喜 라고? (강송숙- 푸념)
이른 아침 공복에 마시는 커피가 달다.
밤새 치악산 아래에서 서성거렸던 안개가 천천히 올라가는 동안 강 건너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국민체조를 시작한다. 새벽 운동을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 안개 속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난다. 가르릉 가르릉 고양이 소리를 내며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베란다 문을 열자 산을 타고 올라가던 안개가 화악 안으로 들어온다. 모두 살아있는 순간들이다. 등교준비를 하며 거실을 주방을, 바삐 다니는 아이들을 피해 베란다에 나와 선다. 이사를 하면서 옮겨 온 화초 잎이 하얗게 얼었다 잠시 죽은 듯 하다.
‘휠체어를 타고 내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우스개 소릴 해대던 노인이 지난밤에 그냥 자는 듯 갔어’
일년이면 반 이상을 병원에서 지내다시피 하시는 노인이 며칠 전 일흔 여섯 번째 생일을 병원에서 맞으셨다.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워 입원을 하는 노인도 병실에 두고 나오는 우리들도 그저 안방에서 손님을 맞듯 왔니, 왔어요 담담할 뿐이다. 어쩌면 이제 노인은 병원 생활에 더 익숙해진 듯도 하다. 노환과 지병으로 장기 입원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인 병실에서는 이삼일에 한번씩은 죽음을 보는 곳이지만 자는 듯 갔다는 말씀을 하는 노인의 표정이 복잡하다.
병원에 올라 올 때마다 당신의 방을 깨끗이 청소하라던 노인에게도 아직 정리 안 된 그 무엇이 있을까.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던 노인에게 며느리가 먹으면 죽는 약이라고 소화제를 매일 조금씩 드렸단다. 하나씩 드시면 빨리 죽을 거라고, 얼마 후 노인이 돌아가시고 자릴 치우는데 이부자리 밑에 하얗게 알약이 쌓여있더란 이야긴 생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얼마만큼 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행복이란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 죽음을 집 안으로 가득 끌어들이는 것’
죽음은 정색을 하고 온다.
우리가 행복해 하며 혹은 불행해 하며 한 생을 보낼 때 오랫동안 준비를 한 단정한 모습으로 온다. 어쩌면 그것은 내 앞이나 내 뒤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늘 내 곁에 있었던 것처럼 익숙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 다른 나처럼.
입 속으로 죽음, 이라고 발음 할 때 갑자기 내 한 부분이 서늘해짐을 느낀다.
내 속의 삶과 내 밖의 죽음이 서로 스치는 순간이리라. 그럴 때 나는 바란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밝고 유쾌한 표정으로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잡을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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