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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그 사랑에 대하여(1)오태진 영월읍 영흥1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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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2월28일(토)
서울을 떠나 이곳 영월에 온지 오늘로 100일이 된다. 마침 토요일이라 혼자 있으니 오래된 청동거울처럼 과거가 희미하게 흠칫 몸을 비틀고 있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어둠은 세상을 가두고 나를 가두면서 행렬을 계속하고 있다. 지워지지 않는 어둠의 행렬을 보는 나의 가슴엔 고드름 조각들이 흩어진다. 이 길었던 행렬도 미닫이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봄을 만날 때면 나를 끌어내 다시 찬란한 봄의 수를 놓게 하겠지.
슬픔과 어둠을 묻고, 희망의 씨앗을 뿌릴 봄이 오면 따스한 햇빛은 나를 어루만지며 바스락 바스락 내 이마를 비벼 검게 그을릴터. 봄밤이 묻어나는 흐린 전구알 속에서 나는 또 다시 추운 겨울을 이기고 우뚝 선 늙은 나무 가지의 꽃기운처럼 햇살의 잔물결을 타고 뛰어 올라 봉래산 꼭대기에서 소리 칠 것이다.
늙은 바람이 낡은 집들을 어루만져주는 고향이 될 영월아! 영월아!
황해도 풍해면 풍천이란 고향을 떠나온 이후 서울에서만 50여년을 살아온 나에겐 고향의 빛깔로, 향기로 다가 온 고장은 없었다. 그러나 영월은 다르다. 창문에 어른거리는 불빛, 그 안에 작은방이 숨어 있고 고향의 바람이 있고 고향에 두고 온 숨결이 숨어 있다.
서울에서 숨쉬던 공기와는 다른 바람이 손짓을 하고 기웃거리는 이른 아침과 초저녁에는 더욱 이곳에 깊이 깊이 숨어살고 싶어진다.
앞으론 새로운 상처를 만들지 말고 생각의 그림자를 생솔가지에 태우면서 상처를 덧나지 않게 만지면서 살고 싶다.
100일을 기념하여 기록으로 남기며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낮은 속도로 이겨내며 그것들이 오히려 나를 견딜 수 있게 만드는 요인으로 생각하고 지내리라.
글쓴이: 전 중등교사. 홍익대부속고등학교에서 재직하다 퇴임하고 2003년 가을, 영월로 내려와 현재 영월대교회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은 오태진씨가 영월에 내려온 이후 영월에 대한 감상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온 것 중 발췌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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