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학교프로그램 등 학교밖 활동으로 눈 돌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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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학교프로그램 등 학교밖 활동으로 눈 돌릴 때학부모, 청소년단체 “지역사회 파트너십 필요” 제기 영월청소년지원센터 학교밖 활동 우수기관 선정, 지역에선 외면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6.12.15 11:14:48

<사진: 전래놀이를 하며 주말학교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연극으로 자신감 키우는 아이
영월초등학교에 6학년인 A군은 매월 둘째, 넷째 토요휴무일에 컴퓨터학원을 간다. 전 극단을 운영한 적이 있는 학원 선생님이 놀토 프로그램을 마련, 학원생들과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극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연극을 배우는 A군은 가는 길에 지난주에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대본을 훑어보며 오늘 맡은 역할과 배역을 머릿속으로 그려 본다.
남 앞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쑥쓰러웠다는 A군은 친구들과 또 선생님의 격려로 이젠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어 남 앞에서도 곧잘 생각대로 말을 잘 할 수 있게 됐다고 자신 있어 했다.
이런 A군의 작은 소망은 작은 무대에서라도 함께 배운 친구들과 한편의 연극을 직접 기획해보며 공연해 보는 것.

#다양한 체험, 오감으로 배우는 아이
봉래초등학교에 5학년인 B군은 올해 3월 본보를 통해 영월군청소년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신나는 주말학교’를 신청했다. 신나는 주말학교는 관내 초·중생 40명을 대상으로 자연놀이와 전래놀이 및 각종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지역 유일의 전문 토요휴무 프로그램으로 놀토에 홀로 방치되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됐다.
B군은 인성검사와 적성검사 등 심리프로그램을 거쳐 매주 청소년지원센터에서 마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때로는 비즈공예로 팔찌를 만들어 엄마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다음 주에 배울 전래민요를 잘 하기 위해 수돗물을 틀어놓고 소리를 지르다 가족들에게 행복한 눈총을 받기도 했다. 또 지역 문화축제가 열릴 때면 자원봉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설명과 함께 깊이 있는 지역문화를 접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9개월 동안 딱 1번 결석을 한 적이 있다는 B군은 내년에도 신나는 주말학교가 열린다면 일등으로 신청하고 싶다고 기대에 차 있다.

#지역사회, 놀토 학교밖 프로그램에 관심 돌려야
위의 첫 번째 사례는 어른이 개인적으로 지역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기술을 가르치며 자신감과 리더십을 키워주고 있는 예다. 지역 아이를 생각하는 한 어른의 관심과 배려인 것이다.
연극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말한다. “꼭 연극을 하자, 해라가 아니라 연극을 통해 남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고, 표현력을 높여주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앞으로 대학교에서도 심층면접을 요구하는 추세이고, 리더십의 주요 요건 중 하나가 대화술이다. 또 연극을 배우는 시간은 최대한 자유롭게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솔직한 표현력이 존중받는 사회다.” 라고.
하지만 이런 선생님과 아이들의 열정을 가로막는 지역사회 무관심의 장벽은 높다. 5~6개월 동안 학원에서 연습하던 아이들은 작더라도 무대 위에서 연습을 하고 싶어 했고, 선생님 역시 장소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여성회관 이용을 알아봤지만 일정 금액의 사용료를 내야한다는 것과, 주말 사용은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이렇게 말한 여성회관 담당공무원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여성회관은 지난 8월까지 담당공무원 혼자 관리를 해왔다. 연간 10여개의 여성회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공공기관이나 단체들의 사용 및 민원업무, 전화업무까지 어쩌다 자리를 비우는 날이면 자리를 비운다고,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싫은 소리를 들어야했다.
거기에다 화요일, 수요일은 정기 프로그램 진행으로 밤 10시30분까지 야근을 해야 하며, 주말 대관이 계획되어 있는 날이면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한 달 전 청소년업무 담당 직원이 한 명 더 배치가 됐지만 인사발령 시기가 되면서 다시 인원이 감축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이처럼 놀토의 학교밖 프로그램 인프라 구축을 막는 지역사회의 문제점은 구조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지자체, 교육당국 예산부족 난색
지난해 가을, 청소년지원센터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월2회 토요휴무제가 실시됨에 따라 관내 나홀로 아이들을 위한 주말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판단, 교보생명 교육문화재단에 사업계획을 제출해 1000만원의 예산을 따냈다.
최소한의 경비를 지원하는 수준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줘 프로그램은 원활하게 진행됐으며 지역 사회복지시설에서 아이들의 등하교를 도와주기도 했다.
모두 40명의 학생을 신청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시작 초기부터 추가 신청자들의 문의는 계속 이어졌고 특히 체험위주 주말학교 프로그램에 맞벌이 학부모들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올해 청소년지원센터가 영월군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예산안)에 포함된 신나는 주말학교는 가난한 지자체 살림살이를 이유로 사업자체가 삭제되는 불운(?)을 맞았다.
영월교육청 역시 “신나는 주말학교를 지원할 예산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학교 밖 프로그램을 위한 공공기관의 예산 지원은 필요성 자체를 의심받게 하고 있었다.

#교육청·학교, 놀토 등교생 없으면 주5일제수업 자리잡은 것 아닌가
지난 5일 영월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군내 초·중학교의 경우 놀토에 등교하는 학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주5일제 수업이 내년에도 현행대로 실시, 2년차로 접어든 가운데 관내에서는 주5일제수업이 자리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학교별 생활지도 등의 실시로 토요휴무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관내 학교별로도 놀토에 등교하는 학생이 없다는 이유로 주말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은 없었으며 주말에는 대부분의 학교 시설 이용도 불가능했다.
이와 관련 지역 일부 학부모들과 청소년 관련 단체들은 2년차로 접어든 월2회 토요휴업제의 질적인 검토와 함께 학교밖 프로그램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맞벌이 부부 최모(영월읍 하송리)씨는 “놀토에 학교에 가지 않는 분위기만 정착된 것 같다”며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돼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청소년지원센터 관계자는 “놀토 주말프로그램은 어느 특정단체 한 곳에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다양한 지역사회 단체나 학습단체 등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한 단체를 중심으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5일제수업 현행대로, 정부 주말교육프로그램 대폭 개발 의지
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그동안 주5일수업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수시 현황 점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실태를 점검한 결과 올해 7월 이후 현재 주 40시간(5일근무) 근무제 근로자수는 전체 근로자의 29.8%로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확대 실시 예정이었던 주5일제수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 유보하기로 밝혔다.
또 실태 점검결과 휴업일에 홀로 방치되는 학생을 위해 토요 학교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해야 하며 맞벌이, 소외계층 자녀를 위한 학교 밖 청소년 프로그램 마련 및 문화공간 확보가 더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각급학교의 도서실, 컴퓨터실, 체육관 등 가능한 한 모든 학교 시설을 개방하도록 하고 초·중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주말 교육활동용 프로그램을 대폭 개발해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영월교육청에서도 놀토 학교밖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찾아가는 박물관인증제를 도입, 학생들에게 도서상품권 등을 제공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저조한 실정이다.

#학교밖 우수 프로그램 지원하는 안목 가져야
청소년지원센터의 신나는 주말학교와 컴퓨터학원선생님의 연극반 운영은 모두 주5일제수업을 맞아 놀토에 방치되는 아이들을 건전한 학교밖 활동으로 끌어내는데 있다.
외국의 경우 지역사회와 학교 간 파트너십이 잘 연결되어 있어 지역 사회기관에서 운영하는 학교밖 활동에 대해 학교가 교실 및 시설을 임대해주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심지어 지역사회 대학교가 프로그램의 기술적 운영과 프로그램 계획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학교는 주말이나 방과 후에도 계속 개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면서 학교나 교육청 등이 학교밖 프로그램을 적극 개설하고 있는 추세이다.
올해 영월청소년지원센터는 신나는 주말학교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지난 7일 국가청소년위원장상을 수상했다. 또 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품성개발 지도자 박영희씨는 한국청소년상담원장으로부터 학교 밖 활동 지원 우수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렇게 전국에서 높이 평가받은 신나는 영월청소년지원센터의 신나는 주말학교 프로그램은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무관심으로 확대 운영하려던 계획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건전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으로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는 신나는 주말학교의 경우 공공기관의 안정된 예산 뒷받침으로 지역 아이들을 위한 신체적·정신적·사회문화적인 다양한 기능을 제공·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교육 전문가들은 말한다.
연극반 활동과 신나는 주말학교. 이 두가지 프로그램 모두 내년 계획은 밝지 않다. 그만큼 우리 아이들의 밝은 모습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역사회 무관심의 벽이 없어지지 않는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