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역의 빈곤아동 및 맞벌이 가정 아동들에게 방과후 돌봄을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이다. 1980년대 달동네 공부방을 시작으로 2004년에 입법화 되어 ‘지역아동센터’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영월지역의 경우 10여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있었으나 현재는 신천 1개, 주천 1개, 영월읍 내 구세군, 영월, 하송1차, 해오름, 하늘샘 등 5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각 지역아동센터마다 센터의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지만 큰 틀은 보건복지부에서 정한 매뉴얼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처음 운영될 당시 푸드뱅크와 곳곳의 후원을 받아 근근히 운영되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지만 속으로 들어가보면 근본적인 문제는 크게 나아진 게 없다.

가장 큰 문제가 임대료와 종사자 처우 문제이다. 월 임대료 평균 40만원 이상이지만 수익시설이 아니다 보니 대부분 자부담을 해야 한다. 개인시설의 센터장의 경우 퇴직금도 복지수당도 없다. 7년 운영을 했지만 지금도 모든 것을 제하고 나면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다. 센터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30가지도 넘는 서류를 만들어야 하는 종사자의 급여도 최저임금 가이드 라인을 겨우 넘어선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좋아 시작한 교사들도 얼마 못가 센터를 떠난다. 지역아동센터의 운영의 문제를 이제 개인의 선의에 맡겨두기엔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영월군의 경우 지역아동센터 조례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 조례를 활용해 지역아동센터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없었다. 오히려 운영자이자 시설장인 시설에 대해 주던 12만원의 복지수당조차 없애버렸다.

지역아동센터에는 지역의 아동들이 다니고 있는 곳이다. 내 아이가 다니지 않는다고, 나와 관련이 없다고 외면하면 아이들이 설 곳이 없다. 지난 해 겨울 비탈에선 나무 지역아동센터가 휴지를 했다. 그보다 몇 년 전 도담지역아동센터가 휴지를 했다. 그때 그 아이들은 그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졌다. 다른 곳에 간 아이들도 있고 어디에도 못 간 아이들도 있다. 두 곳 모두 법인이 아니라 개인시설이었다. 개인시설의 경우, 시설장이 아프거나 힘들어 지역아동센터 문을 닫으면 그 시설은 사라진다. 그러면 그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가나. 학교에서 방과후 돌봄이 있긴 하지만 아동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접근방법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대안이 될 수가 없다. 드림스타트도 있긴 하지만 지역아동센터처럼 아동의 기본적인 보호에서부터 교육적, 문화 및 복지서비스 등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은 아니다.

이제는 지역아동센터의 공공성을 얘기할 때다. 지역아동센터의 문제를 더 이상 힘없는 개인의 선의에 맡겨두고 자치단체는 감독하고 감시만 할 때가 아니다. 지역아동센터가 지역의 아동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도록 나서야 한다. 사용하지 않는 유휴시설을 활용한 리모델링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시예산과 구예산을 들여 지역아동센터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하였다.

아동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자신들이 누려야할 권리를 누리면서 살아가는 것은 특별한 권리가 아니라 당연한 권리이다. 그들이 그렇게 자라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은 어른들의 시혜가 아니라 의무이다.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티격태격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의 몸과 마음은 이젠 지칠대로 지쳤다. 자식에게 해줄 건 많아도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엄마의 무기력한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문을 닫을 생각을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다리면 침몰하는 일 밖에 없다는 것을 세월호를 보며 깨달았다. 지역아동센터 이용아동들이 자존감을 잃지 않는 길에 대한 고민이 있기를 진심으로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