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농업인.그리고…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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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농업인.그리고…⑤국화전시회를 다녀와서 원장희 영월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장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6.11.03 14:47:55

영월국향회회원을 태운 관광버스는 목적지인 전북 정읍시를 향해 숨차게 달렸다. 30여명의 회원이 모두 가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버스안에서 국화가꾸는 얘기를 나누면서 목적지로 향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입수한 팜프렛을 보고 목적지를 정읍시에서 30여분 남쪽으로 내려간 고창군으로 바꾸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읍시는 자체전시회를 도민체전에 맞추어 개최하고 고창군은 ‘100억송이고창황금국화축제’와 함께 ‘제16회 국무총리배 전국 국화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회원들의 동의를 얻어 목적지를 바꾸긴 했어도 나는 인솔공무원으로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다. ‘혹시 전시회가 보잘 것 없으면 이 멀리까지 와서...?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지만 겉으로는 태연한 척 했다.

고창군 부안면에 있는 미당시문학관 인근에 식당을 찾아가다 길을 잘못 들었는데 간판에 풍천갯벌장어집이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 보기에 허름한 집이다. 썩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오후1시가 넘어 시장도 하고 버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힘들어 그 집으로 들어갔다. 역시 사람이나 집이나 외모만 보고 가볍게 판단할 게 아니라는 것을 또 느꼈다. 젊은 부부가 식당과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데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갯벌장어구이가 맛있다고 했다. 결론은 잘 찾아 온 셈이 되었다.

남자주인은 12월에 KBS 전국노래자랑에 나가서 ‘울고넘는 박달재’를 부르게 되었다고 장어구이자랑과 함께 알려준다. 회원들이 요청하자 즉석에서 박달재 노래도 한 소절 불러주는 아주 활달한 집주인이었다.

식사 후 찾아간 곳은 미당 서정주 시인을 기념하여 세운 미당시문학관. 생가와 산소주변이 온통 황색국화로 덮어 있었다. 아쉽게도 활짝 피지 못하고 꽃봉오리 볼 수 밖에 없었다. 미당시문학관 관람을 마치고 본격 국화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고창읍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전시장을 찾았다.

버스 문밖으로 나오니 눈앞에 펼쳐진 것은 노란 국화꽃 들판. 10만여평에 노란 국화를 심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었다. 2,3일 뒤에 왔더라면 활짝 핀 국화들판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약 70%정도 밖에 피지를 않았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우리들은 곧장 주차장에 커다란 텐트를 치고 전시한 국화전시회장으로 들어갔다. 전국국화경진대회 타이틀에 어울리게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가 나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들로 가득하였다. 함께 입장한 국향회원들도 감탄사를 연발한다. 회원 중에는 10여년가까이 국화기르기 취미생활을 해왔지만 이렇게 전국최고작품전시회는 처음이라고들 하였다.

1화분에 1송이만 피게 한 ‘1간작’의 화려하면서도 품위를 지키려는 잎과 꽃의 조화로운 모습은 국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1화분에 3송이를 피게 한 ‘3간작’도 나름대로 아름답고 10송이 이상 여러 송이가 어우러져 피어있는 ‘다간작’도 무게와 깊이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국화는 꽃지름이 18cm이상은 대국. 8cm이하는 소국 이라고 하는데 전시된 작품은 대부분 대국들이었다. 전시회에서 최고상인 대상(국무총리상)을 차지한 것도 다간작 대국 작품이다. 흰색 화분에 심은 노란 황국 12개의 꽃송이와 잎이 가장 국화다운 작품으로 평가 된듯하다.(아쉽게도 자세히 설명하여 주는 안내자가 없었음)

500여평의 전시장안에는 갖가지 국화로 여러 모양을 만든 작품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 중에는 탑, 하트, 나비, 태극모양이 많았다.
소국을 분재나 돌과 어울리게 만든 작품 100여점도 좋았다. 나는 여러 작품 중에도 커다란 국화송이 100여개로 펼쳐놓은 파라솔을 위에서 보는 것 같은 작품이 가장 좋았다. 사람이 만들지 않고 신(神이 만든 작품 같은 기분도 들었다. 어떻게 1포기의 국화를 송이의 크기도 똑같고 모양도 똑같이 키워서 작품을 만들었을까.

그 작품을 출품한 사람을 만나 보고싶은 마음도 들었다. 여자일까, 남자일까, 키가 클까, 작을까, 작품앞에 붙여 놓은 이름 석자로는 짐작이 가질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밤을 지새우며 감상하고 싶었지만 돌아올 것을 생각하니 아쉽지만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는 관광버스 안에서 들은 회원들의 견학 소감은 모두 대만족이었다. 나는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멀리를 가서 불만이 많으면 정말 난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나는 우리군에도 국화기르기 취미회 활동이 더 활성화 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이나 현직에 있거나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국화를 기를 수 있고 가을에 감상의 기쁨도 나눌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 영월에서도 2~3년안에 국화전시회가 개최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생각도 함께 하였다.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명품 도시 영월에 국화향기까지 은은하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