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긍정적 생각은 긍정적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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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긍정적 생각은 긍정적 결과를 낳는다-영월신문 지령 700호를 맞아-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6.10.27 21:53:20

중국 주왕조 시대 기나라 사람 가운데 늘 근심걱정으로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비가 오면 홍수를 걱정했고, 바람이 불면 태풍을 걱정했다. 화창한 날에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 땅이 꺼지지 않을까? 만약 하늘이 무너지거나 땅이 꺼진다면 몸 둘 곳이 없지 않은가?”하고 걱정했다.

그런 걱정으로 이 사람은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하늘은 기운이 가득 차서 이루어 진 것이기 때문에 결코 무너져 내리지 않습니다.” “하늘이 기가 가득찬 것이라면 해와 달과 별이 떨어져 내리지 않을까요?” “해와 달과 별도 역시 기가 쌓인 곳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고 설령 떨어져 내린다 해도 다칠 염려는 없습니다.” “그럼 땅은 꺼져 내리지 않을까요?” “땅은 기운이 뭉쳐진 흙이 쌓였을 뿐입니다. 사방에 흙이 없는 곳은 없고 우리가 뛰고 구르는 것도 땅위에서 하고 있으니 땅이 꺼질 일도 없지요.” 그제서야 기나라 사람은 걱정을 풀고 기뻐했다고 한다. 기인지우(杞人之憂)의 고사성어의 유래인 이 이야기는 중국 고전인 '열자(列子)'의 <천서편(天瑞篇)>에 나온다.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뜻의 기우(杞憂)는 기인지우(杞人之憂)의 준말이다.

지난 5월 지방선거 이후 영월지역사회에서는 기우(杞憂)가 넘쳐나고 있다. 인구 감소는 이미 심리적 지지선인 5만명이 무너졌고 배수의 진인 4만명도 무너지면서 영월군민들은 이미 강물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상당수의 주민들은 기회만 된다면 영월을 떠나겠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영월은 희망이 없다고 하고 경제도 회생될 기미가 전혀 없다고 한다. 행정은 주민들과 동떨어져 따로 놀고 상당수의 공무원들은 이미 가족을 외지로 내보냈다고 한다.

돈 꽤나 벌였다는 주민들 중 상당수도 사업체만 영월에 있을 뿐 가족은 이미 외지로 보냈다. 영월가스복합발전소도 정치적 쇼에 불과하고 동강리조트는 자본금만 축내고 있으며, 영월교도소도 공사가 중단됐다고 한다.

청정 동강은 청정을 잃었고 박물관은 그들만의 취미생활일 뿐이라고 한다. 시멘트 산업도 탄광처럼 죽어가면서 영월의 애물단지가 됐다고 한다. 교육은 낙후되었고 문화도 없고 희망도 없다고 한탄한다. 돌아봐도, 올려봐도, 내려봐도 영월은 걱정꺼리 밖에 없는 듯하다. 지금 주민들은 그렇게 기우에 휩싸인채 불안감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지난 2~30년 동안 진행된 여러 사례를 돌아보면 주민들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인구수가 모든 것의 판단 기준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구 감소는 지역사회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장성군, 거창군 등 국내 지자체의 성공사례와 외국의 사례를 보면 인구수가 지역사회의 모든 것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 '유후인'이라는 마을이 있다. 인구가 1만2000명이다. 일본 당국이 1952년 이곳에 댐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포기했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자연을 지키는 개발’을 선택했고 스스로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온천이 있는 마을이었기에 완벽하게 환경을 지켜내면서 고급보양온천으로 개발했다. 잘 보존된 마을 전통과 자연환경으로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유후인 온천은 성장했다. 그 사이 골프장 건설 계획이 발표되고 1980년에는 리조트 개발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이러한 개발계획에 대해 주민들은 또다시 결사적으로 반대해 무산시켰다.

1988년에는 일본 당국이 리조트법을 시행하자 유후인 주민들은 ‘건평 1000평 이상 건물을 신축할 때에는 인근 주민들의 동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자치조례를 제정해 외지 투기꾼들로부터 마을을 지켜냈다. 그 결과 이곳에는 5층 이상의 건물이 없기 때문에 유후다케산의 스카이라인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현재 42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연중 1800억원의 관광소득을 올리고 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인구는 1만2000명이다.

더한 곳도 있다. 일본에 '토가무라'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 있다. 800명이 거주하는 이곳은 한때 4000명이 살던 곳이다.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거치면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되면서 지금은 800명 정도만 남았다. 1년 중 4개월은 눈 속에 묻혀있는 오지다. 이곳에서 매년 여름 120개국 370여개 단체가 참가하는 세계연극제가 열린다.

또 주민들과 12명의 공무원들은 겨울 축제로 세계소바(메밀)축제를 열어 1992년에 벌써 13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지금은 4계절 내내 축제를 열고 있다. 마을의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고 최대한 활용하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과감하게 채택한 800명의 주민과 12명의 공무원이 이런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다. 토가무라는 평창군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지금 영월은 커다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구가 줄고 지역경제가 무너진다고 걱정만 하고 있다면 영월은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이다. 인구 4만명이 무너졌다고 영월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적은 인구라면 그 적은 인구가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인구 4만명선이 무너졌다’가 아니라 ‘4만명 정도가 영월을 지키고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영월을 지키는 것은 말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행정은 판에 박힌 계획 수립과 행정집행에서 벗어나 새롭고 창의적인 행정을 시도해야 한다. 주민들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해야 한다. 적은 인구, 열악한 재정, 그리고 낙후된 지역사회의 현상황을 직시하고 그 바탕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의지와 창조력, 추진력, 결단력이 필요한 때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현재 사업이 진행중인 발전소, 교도소, 동강시스타의 경우 정부가 출연했거나 기본적인 투자자가 확보된 사업들이다. 그 사업들은 지금 출발선에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부정적인 생각과 예측으로 불안해 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그동안 영월지역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부정적인 사업결과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조차 그럴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런 기우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 사업들이 주민들과 함께 하면서 실질적으로 영월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긍정적 생각은 긍정적 결과를 낳고 부정적 생각은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당연한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현실이 어둡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둠을 헤쳐 나가는 것은 오롯이 영월군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