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졸업생 취업조차 불투명한 조리고 전환을 반대한다

홈 > 오피니언

<기고문> 졸업생 취업조차 불투명한 조리고 전환을 반대한다- 마차고 체제 개편에 대한 학교장의 입장 - 장웅익 마차중·고등학교 교장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13.08.03 13:56:29

봉래중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다가 올해 3월 마차중·고등학교 교장으로 발령을 받고 마차에 왔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교사로 이곳에 재직을 할 때에는 마차가 번성하던 때여서 학교가 제법 규모가 크고 시설도 괜찮았지만, 세월이 흘러 교장으로 다시 와서 보니 광산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떠나는 곳이 되어 학교도 낙후되고 학생 수도 많이 감소해서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마차중학교는 전체 학생이 20명이고, 고등학교 학생은 46명인 소규모 학교다. 고등학교 학생 수가 중학교보다 많은 이유는 마차중학교에서 진학한 학생보다 외지에서 들어온 학생이 많은 탓이었다. 영월고나 석정여고에서 떨어져 추가모집으로 들어오거나, 제천 등지에서 학교에 적응을 하지 못해 전학을 온 학생이 전체 학생 중 70%가 넘는 현실을 보면서 관리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많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학교 환경부터 개선했다. 북면으로부터 꽃나무를 기증받아 학교 전체에 꽃나무를 심고 화단에 영산홍을 심어 학교를 밝게 만드는 작업을 했다. 북면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학교 옆 배수로 공사도 하고 주변의 도움으로 잡초를 제거하고 나니 학교의 환경이 조금은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영월군청과 영월교육지원청의 도움을 받아 공부방을 만들고 방과후학교 학습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군청에서 60%의 교육비를 지원받고 학교에서 40%의 예산을 투자해 귀가할 수 있는 택시를 제공하고, 일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제공하기로 하니 많은 학생들이 야간 자기 주도적 학습에 참여를 하게 됐다. 이런 노력들로 인해 학교의 분위기가 조금씩 안정이 되어가고 있고 학교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지난 2011년부터 마차고를 조리과학고로 체제 개편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8월에 개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학교장으로서는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학교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기에 그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25일에 본교에서 ‘마차고등학교 체제 개편을 위한 연구 보고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보고회는 도교육청과 군청, 북면번영회가 합의해 ‘한국교육연구소’에 용역을 줘서 4개월간 연구한 내용이었다. 연구 결과 본교의 재학생과 학부모 100%, 교직원 90%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월 관내 중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63%가 체제 개편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차고의 조리과학고 체제 개편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결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마차고는 시설 개선을 할 수도 없고 학생들은 낙후된 환경에서 교육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본인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밝혀 이 논란을 빨리 매듭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이같은 입장에 따라 그 자리에 모인 많은 관계자들 앞에서 체제 개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했다.

첫째, 조리고로 전환했을 때 졸업생들의 취업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전년도에 이 사업을 맡았던 교무부장이 조리고로 전환하기 위해 강원지역의 단체들과 MOU 체결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강원랜드, 동강시스타 등의 업체에서 고교 졸업자를 취업자로 받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지역을 위해 정책적으로 1명은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50명 졸업생 중에 한 명만 취업이 보장되는, 이렇게 졸업생의 미래가 불확실한 현실에서 어떻게 조리고 체제로 개편하자고 주장할 수가 있겠는가.

둘째, 본교의 교직원들 거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고 재학생과 학부모가 100% 반대를 하고 있다. 어떤 교장이 학교 구성원 모두가 반대를 하고 있는데, 특히 반대의 입장이 정말 절실하고 타당한 내용인데 어떻게 그 입장을 대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학교 구성원 모두가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는 현실에서 본교가 나서서 체제 개편 신청서를 제출하기가 난감해 도교육청에 문의를 하니 학교 구성원 대다수가 찬성을 하지 않으면 체제 개편 신청서를 제출하지 말라는 답신을 받고 체제개편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셋째, 마차고가 조리고로 전환을 하면 조리를 원하지 않는 북면의 학생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북면에 사는 학생들은 옆에 학교를 두고도 영월로 통학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학교의 교장으로서 학생들과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마차고의 체제 개편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넷째, 마차고가 조리고로 전환을 하면 전국단위의 학생을 모집하게 되어 엉뚱하게 영월의 학생들은 이곳에 진학하기도 어렵다. 영월의 상위권 학생 몇 명만이 이곳에 진학할 자격이 주어지는데, 영월의 상위권 학생이 인문계 고교를 두고 마차고까지 올 이유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인문계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서 조리를 전공하면 더 좋은 곳에 취업을 할 수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취업도 불안하고 미래도 보장받지 못하는 조리고교로 진학하겠는가? 그렇다면 결국 영월의 중학교 학생들은 오히려 진학난에 시달릴 수도 있다. 영월고나 석정여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늘어날 것이고, 이런 인문고교에 불합격한 학생들은 갈 곳이 없어지는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다.

다섯째, 조리학교는 년간 4~5억원 정도의 실습비가 소요된다. 영월군청에서는 교육재정비를 사용해서 실습비를 충당해 준다고 약속했는데, 1년에 6억원이 조금 넘는 영월군 교육재정비에서 인원이 많지도 않고 외지에서 온 학생이 대부분인 조리과학고에 4~5억원을 충당해 준다면 영월 관내의 다른 학교들에서도 반발이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당장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약속했다고 생각되는 이 실습비는 결국 영월의 큰 문제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마차중·고등학교의 관리 책임자로서 마차고의 체제 개편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그렇게 반대를 한다면 마차고의 미래에 대한 대안이 있느냐고? 마차중·고의 학교장으로서 대안이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올해 이곳 마차중·고에 부임하면서 학교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학교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는 것을 직접 느끼고 있다. 학생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고 학부모님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어 학교가 매우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가 있다.
학교가 발전하고 긍정적인 진학 결과를 보인다면 이곳의 학생들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고, 또한 이곳을 떠나려는 부모들에게도 학생들을 위해서 정착하고자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본인은 봉래중 교감으로 재직할 때 진심으로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학교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증명해 보여준 사람으로서, 마차고등학교도 그렇게 변할 수 있으리라 믿고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우수한 인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외되고 뒤처진 학생들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기에 시간만 조금 더 주어진다면 학생들이 더 발전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학교의 체제를 개편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우선 그 학교의 구성원이 주축이 되어야 하고, 그 학교 구성원의 의견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본인들의 의견은 무시된 채 타인들이 나서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으로 좌지우지한다면 이것은 정말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영월과 북면의 미래를 위해 좋은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더 좋은 미래가 보장되고, 학생들에게 더 좋은 삶이 보장된다면 어떤 교장이 그것을 반대하겠는가? 또 어떤 학생과 어떤 학부모가 그 정책을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졸업생들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정책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 정책은 정말 확실한 미래가 보장될 때 실시해야만 모든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