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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散策 <25> 명품을 넘어선 명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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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子曰: "衣*縕袍, 與衣狐0*者立, 而不恥者, 其由也與. '不*不求, 何用不臧?'" 子路終身誦之, 子曰: "是道也, 何足以臧?" [출전: 『논어論語』「자한子罕」]
풀이 스승님(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해진 솜옷 한 겹을 입은 채 여우 가죽이나 담비 가죽으로 된 고급 의류를 걸친 이와 함께 서 있어도 남사스러워하지 않는 이는 자로일 게야. [고대시가집 위나라 민요ㆍ까투리에서도 이렇게 읊었지.] '해치지도 않고 탐내지도 않으니 어찌 훌륭하지 않으랴?'" [우쭐해진] 자로가 이 구절을 주야장천 입에 달고 살자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런 길을 가는 것만 가지고 어찌 충분히 훌륭하다 할 수 있겠나?"
길잡이 여기서 의衣는 '옷을 입는다'는 뜻의 동사로 쓰였다. 폐*는 폐弊와 같은 뜻이다. 온縕은 헌 솜옷이다. 포袍는 핫옷이다. 앞의 여與는 '~와 함께 한다'는 뜻이고 뒤의 여與는 '~일 것이다'라는 추측ㆍ가정의 뜻이다. 호狐는 여우(가죽으로 만든 옷)을 뜻한다. *을 '맥'으로 읽으면 오랑캐(이민족)를 뜻하지만 여기서처럼 '학'으로 읽으면 담비(가죽으로 만든 옷)을 뜻한다. 유由는 자로의 이름이다. '不*不求, 何用不臧'은 시(시경)[위풍衛風ㆍ웅치雄雉], 즉 고대시가집 [위나라 민요ㆍ까투리]의 한 구절이다. 기*는 해친다, 구求는 탐낸다, 장臧은 훌륭하다는 뜻이다. 용用은 이以와 통용된다. 따라서 하족이何足以, 즉 '어찌 충분히 ~인가?'라는 뜻이 된다. 강직함ㆍ진솔함ㆍ과단성ㆍ우직한 실천력 등은 자로의 트레이드마크다. 이런 성품을 지닌 이들이 대개 그렇듯 자로 또한 외양을 치장하는 데 별 관심이 없었나보다. 자존과 자부의 토대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이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고결한 목표를 지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깊이읽기 명품 선호 풍조가 극에 달해 있다. 물품에만 한정되지 않고 프로필, 주택, 거주 지역 등에까지 온통 명품 타령일 정도다. 물론 좋은 물건을 쓰고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구를 무턱대고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명품 선호 풍조에 내재된 욕망의 허구성이다. 거기에는 옷이나 차, 사는 집 등으로 자신의 정체를 규정하고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건 값을 비싸게 매길수록 더 잘 팔린다는 베블런(Veblen) 효과는 경제학의 알파벳인 수요 공급 법칙마저 역행한다. 이를 비집고 형성된 '짝퉁' 시장에는 짝퉁 인간이 기웃거리는 것이다. 명품의 소유를 통해 남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려는 욕구로 가득 찬 인간은 아무리 진짜 명품을 손에 넣었다 해도 그의 인격 자체는 짝퉁일 수밖에 없다. 외적 기준으로만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내맡기는 것도 어리석지만, 그런 차원을 벗어났다고 해서 자긍심 만만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 또한 안쓰럽다. 자신만이 지닌 고유성을 발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희열일 것이다. 그것을 계발하는 과정이 곧 남들에게 기여와 공헌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명품을 넘어선 명품을 추구하는 길이며 자로를 향한 공자의 바람일 것이다.
글ㆍ엄재억∥인문고전사랑방 "동인同人"(http://edongin.kr)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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