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출신 수재, 감자와 함께 새 인생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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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출신 수재, 감자와 함께 새 인생을 찾다감자를 통째로 넣은 국내 최초 감자화장품 ‘비단생’ 개발 (주)감자 엄현준 대표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12.08.18 13:33:40

1. 감자로 새 인생을 열다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강원도의 대표 농산물 감자. 그 감자로 새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감자화장품 ‘비단생’을 생산하는 (주)감자의 엄현준(43) 대표.
영월고(13회)를 졸업한 엄 대표는 과학도의 꿈을 안고 카이스트(KAIST)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꿈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고 학교를 중퇴한 그는 6년 야학 봉사활동을 하면서 전혀 엉뚱한 길로 들어서게 된다. 야학을 기회로 결혼도 하고 생업에 내몰려 학원 수학강사를 하던 그는 대전 학원계에서는 이름을 알아줄 만큼 유명해 지기도 했다.
하지만 서른 살이 되던 2000년. 그는 모든 일을 접고 마치 고향이 부르기라도 한 듯 가족들을 데리고 영월로 들어왔다. 처음 영월에 와서 그는 영월지역 농특산물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했다.
2000년 당시 초고속 인터넷이 전국으로 확장되면서 한창 인터넷 쇼핑몰 창업 붐이 일 때였다. 그는 영월의 여러 농특산물인 감자와 찰옥수수를 주력으로 판매를 시작했고 감자 중에서도 분이 포삭하게 나는 “뽀샤시감자”라는 브랜드를 개발, 전국적으로 히트를 치면서 감자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2005년 전국적인 감자 가격 폭락으로 큰 위기를 맞게 된 그는 당시 수 천 톤에 달하는 재고 감자가 버려질 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직접 1000톤의 감자를 떠맡아 가공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그 때만 해도 감자 가공사업이라 하면 보통 먹는 식품을 떠올렸지만 그는 식품으로는 승산이 어렵다고 판단, 물리학을 전공하며 연구에 전념했던 이력을 살려 전혀 생소한 화장품 개발을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끊임없는 열정으로 시작한 연구는 3년이 지난 2008년 감자를 통째로 갈아 넣어 만든 천연화장품 ‘비단생’ 을 탄생시켰다. 그는 감자가 피부를 맑게 하는 미백작용과 피부트러블을 완화시키는 소염, 진정작용에 좋다는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합성방부제, 기름, 유화제, 합성색소 등을 넣지 않은 안전한 감자 천연화장품을 시장에 내 놓으며 화제가 됐다.

2. 감자를 통째로 넣은 천연감자화장품으로 인기몰이

당시 시중에는 천연물을 소재로 한 화장품들이 ‘자연주의’를 내세우며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름만 그럴듯할 뿐 실제 성분은 추출물 2~3%인 무늬만 천연화장품인 것도 많았다.
또 애초 지역 감자농가에 실제적인 소득 증가로 이어지길 바랬던 그는 풍부한 감자 성분이 들어 간 천연화장품 개발로 ‘비단생’과 지역 농가가 상부상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엄대표가 개발한 감자화장품 제품들은 감자를 통째로 말려 초미세로 분쇄한(16마이크로 내외) 감자분말이 제품마다 20% 이상 들어가 있다. 생감자의 수분함량이 보통 8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생감자 그대로의 비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감자의 미백작용, 소염, 진정작용이 제품마다 고스란히 녹아들어간 제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비단수-감자에센스>와 <감자샴푸> 제품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비단수>는 엄 대표의 셋째 아들 때문에 개발된 제품이다. 늦둥이로 태어난 아들은 백일 무렵 심한 아토피를 겪게 됐다. 온 몸이 진물과 상처로 뒤덮이며 머리카락까지 다 빠질 정도로 심하게 아토피를 앓던 중 시중의 제품으로는 도저히 되지 않아 마침 첫 제품으로 개발된 감자팩을 응용, 주요성분만을 추출한 스프레이식 감자 에센스를 개발하게 됐다.
비단수를 이용해 아들 몸에 뿌려가면서 임상을 시작해서 마침내 3개월 만에 심한 곳은 다 아물어 들어갔고, 결국 1년 만에 온몸이 깨끗해져 가는 효과를 얻어냈다. 그렇게 아들의 심한 아토피 때문에 개발하게 된 감자에센스 <비단수>는 2011년 9월, 모방송에서도 소개가 되어 7년, 10년 심하게 아토피를 앓고 있는 2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직접 시험에 들어가 촬영 한 달 만에 상태가 호전되는 내용이 방영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감자샴푸는 기름과 유화제로 기본베이스를 만드는 일반 샴푸와는 달리 감자 분말만으로 기본베이스를 만들어 지성두피와 그로 인한 가려움증, 비듬이 많은 지루성두피에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제품이다. 또 감자분말의 흡착력으로 두피가 깨끗해지고 건강해져 탈모방지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감자로 열어가는 인생2막

요즘 엄대표는 감자화장품이 서서히 궤도에 오르면서 한미 FTA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농촌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사업의 방향도 감자화장품은 감자농가와 함께 한다는 철칙으로 구상해 나가고 있다.
영월군과 강원도 차원에서도 감자화장품 활성화에 도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설비지원 사업이 마무리돼 개발 초기의 소량생산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으며 더 나아가 강원도 감자 활성화를 위한 감자클러스터까지 구상하고 있다. 7월부터는 경기도 안양을 비롯해 수원, 화성 등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바른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납품을 시작하면서 생협 소비자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
엄대표는 “농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농산물의 2차, 3차 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감자를 이용해 1차산업에서 3차산업까지 집결된 강원도 감자의 허브역할을 할 수 있는 클러스터를 조성함으로써 자생력을 갖춘 국내 농업으로 발전, FTA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