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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散策 <22> 진실됨, 관계의 제1원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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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子游曰: "事君數, 斯辱矣. 朋友數, 斯疏矣." [출전: 논어論語 리인里仁]
풀이 자유가 말했다. "군주를 여럿 섬기는 것, 이는 곧 치욕이다. 친구를 여럿 사귀는 것, 이는 곧 소원하다는 것이다."
길잡이 자유의 성은 언言, 이름은 언偃으로, 사기 '중니제자열전'에 따르면 공자보다 45살이 적다. 노나라 하읍인 무성의 읍재를 지냈을 때의 일화가 논어에 실려 있는데, 거기서 자유는 공적 업무가 아니면 자신의 집무실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담대멸명이라는 이를 높이 치고(옹야14), 스승의 농담을 정색하며 받아들이는(양화3) 등 융통성이 다소 부족한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보인다. 나는 이 점을 감안해 전통적 해석과는 다른 풀이를 시도했다. 이 장은 그간 역대 논어 해석자들마다 견해가 분분했다. 數라는 글자를 놓고도 ①'여럿'(정현), ②'자주'(주희ㆍ정약용 등), ③'미덥지 못하다'(초순) 등 다양한 주장이 개진되었다. 가장 폭넓게 수용되는 해석은 역시 ②다. 이에 따르면 이 장은 다음과 같이 풀이된다. "군주에게 [간언을] 자주 하면 모욕을 받게 된다. 친구에게 [충고를] 자주 하면 소원해지게 된다." 이런 해석은 "신뢰 관계가 형성된 이후에 간언해야지, 그렇지 못한 상태라면 자신을 비방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자장10)는 구절과 상통할 수 있다. 주희나 정약용 등은 이 구절을, 인간 관계의 원만한 지속을 위해서는 쓴소리가 역효과를 내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독해한 셈이다.
깊이읽기 전통 시대의 관료(공직자)들은 왕조의 흥망을 자신의 진퇴, 더 나아가 생사와 동일시하는 태도를 도리로 여겼다. 따라서 이런 가치관에 철저한 인물일수록 충신으로 표창되곤 했다. 백이ㆍ숙제나 정몽주 같은 이들이 그 표상이다. 마키아벨리 이후 근대 정치가 아무리 윤리와 정치의 분리를 선언했다 해도 동아시아인들의 관념 속에는 군신간의 도리/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사고가 비교적 강하게 남아 있는 듯하다. 이를 전통의 미풍이라는 측면에서만 긍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근대 정치에서 정권의 정통성이나 정책의 일관성ㆍ선명성을 위해서도 적극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 현대정치사에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두환 정권에 참여했던 인사가 문민정부-국민의 정부-참여정부-이명박 정부에서도 요직을 거친 일을 두고 과연 후대 역사가 '출중한 능력 때문이었다'고 곱게만 봐줄까.
친구 관계 또한 그렇다. 마당발을 과시하는 풍조가 있긴 하지만 대개 폭과 밀도는 비례하는 법이다. 죽을 때까지 진솔하고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할 친구는 서넛이면 족할 것이다. '필요할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라지 않은가. 여기서 '필요할 때 친구'란 집안 경조사 때 얼굴 내미는 사이라기보다 자기 장례식 때 관 들어줄 정도의 지기라는 의미에 가까울 것이다.
글ㆍ엄재억∥인문고전사랑방 "동인同人"(http://edongin.kr)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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