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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散策 <21> 도덕적 풍토의 진작만으로 사회 개선이 가능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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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君子篤於親, 則民興於仁, 故舊不遺, 則民不偸 [출전: 논어論語 태백泰伯]
풀이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어버이께 돈독히 대하면 서민들은 사회적 연대감[仁]을 진흥하게 되고, 오랜 벗을 저버리지 않으면 서민들은 각박해지지 않게 된다.
길잡이 공자의 말이다. 논어에서 군자君子는 ①자기 주도적 인간(학이 1), ②전인적 인격체(대표적으로 자로 23), ③(이상적인) 공직자(대표적으로 공야장 16), ④사회 지도층 인사 등으로 문맥과 상황에 따라 의미를 조금씩 달리 하며 쓰인다. 여기서는 ④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뜻으로서의 군자로 보는 것이 문맥에 가장 어울린다 하겠다. 피지배 계급을 뜻하는 민民과 대비해 언급되기 때문이다. 갑골문에서 民은 한 쪽 눈이 바늘에 찔린 전쟁 포로 또는 노예를 뜻한다. 이것이 점차 문맹자→피지배 계급→일반 서민 등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문자와 지식의 점유 여부가 곧 사회 계급 및 지위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였음을 엿볼 수 있다. 투偸는 훔친다, 각박하다는 뜻이다. 맑스(K. Marx)의 사적 유물론의 시각으로 논어를 해석한 자오지삔(趙紀彬)의 논어신탐論語新探에서는 이를 '직분에 태만하다'는 뜻으로 보았다. 이렇듯 상이한 해석의 가능성도 있긴 하다. 하지만 "중대한 과오가 없다면 옛 친구와 절교하지 말라[故舊無大故, 則不棄也]"는 미자편의 구절과 상통한다고 보아 위와 같이 해석했다. 이는 평소 공자가 우정의 가치를 중시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에도 타당성을 갖는다.
깊이읽기 공자는 주나라 예제의 복원을 희구한 보수적 사상가로 분류되곤 한다. 주나라의 봉건제도란 거칠게 말해 부자간의 가족 질서를 천자-제후-경·대부-사-서인간의 국가질서로 확대 적용한 결과다. 이렇게 볼 때, 공자의 저 발언은 가족의 논리를 국가(사회)의 논리로 연장시킨 것이라는 맥락에서 독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자는 사회 안정과 공공질서의 확립을, 사회학적이고 제도적 측면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노력에 기대하고 있다. 이는 교과서적 해법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현실에 어둡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근대 사회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1997년 한국을 비롯 동아시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원인마저 정실주의情實主義로 지적한 경제학자가 있을 정도로 동아시아의 정실주의 문화는 그 뿌리가 깊고 강하다. 원인 분석의 옳고 그름을 떠나 유교를 바로 그 동아시아 정실주의의 온실로 몰아붙여도 되는지는 좀 더 면밀한 고찰이 필요할 것 같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능력에 따른 인재 등용을 주장한 이도 공자였기 때문이다.
글ㆍ엄재억∥인문고전사랑방 "동인同人"(http://edongin.kr)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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