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오피니언 |
|
古典散策 <20> 가치관에 따른 역사적 평가의 차이 |
|
|
원문 ▶子路曰: "桓公殺公子糾, 召忽死之, 管仲不死." 曰: ‘未仁’乎?" 子曰: "桓公九合諸侯, 不以兵車, 管仲之力也. 如其仁, 如其仁?" [출전: 논어論語 헌문憲問]
▶▶子貢曰: "管仲非仁者與. 桓公殺公子糾, 不能死, 又相之." 子曰: "管仲相桓公, 諸侯, 一匡天下, 民到于今受其賜. 微管仲, 吾其被髮左矣. 豈若匹夫匹婦之爲諒也, 自經於溝瀆而莫之知也?" [출전: 논어論語 헌문憲問]
풀이 ▶자로가 말했다. "환공이 공자 규를 처형하자 소홀은 그를 따라 죽었지만 관중은 죽지 않았으니 인하지 못하다 해야겠지요?" 공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중원의 통일을 위해] 환공이 제후들을 규합하되 무력을 동원하지 않은 관중의 힘이었네. 그의 인만 하겠는가, 그의 인만 하겠어?"
▶▶자공이 말했다. "관중은 인자가 아닌 듯합니다. 환공이 공자 규를 처형했는데도 따라 죽지 않고 오히려 그를 돕기까지 했으니까요." 공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관중은 환공을 도와 제후들 가운데 패자가 되게 한 데다 한 번 천하를 바로잡아서 백성들이 지금까지도 그의 혜택을 입고 있다. 관중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머리를 풀고 옷깃을 왼쪽으로 매는 오랑캐가 됐을 게야. 어찌 필부가 하찮은 신의 때문에 스스로 도랑에서 목을 매도 아무도 몰라주는 경우와 같겠는가?"
길잡이 춘추를 교과서로 하는 역사 수업에서 오간 대화로 보인다. 공자 규는 제나라 환공의 이복 형이다. 선군인 양공 때 제나라에 내란이 일어나자 규는 관중과 소홀의 호위를, 동생 소백(나중의 환공)은 포숙의 호위를 받아 다른 나라로 망명했다. 양공이 죽은 뒤 소백이 먼저 귀국, 즉위해 환공이 되고 규를 찾아내 죽여버렸다. 이때 규를 모시고 있던 두 사람 가운데 소홀은 규를 따라 자살했지만 관중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가 절친한 친구 포숙에 의해 환공에게 천거되어 재상이 되었다. 시법에 따르면 환桓은 벽토복원 즉 '영토를 넓히고 먼 곳의 인민들을 복속시킨다'는 뜻이라고 한다. 환공이 그에 걸맞는 시호를 얻게 된 데에는 관중이 지닌 발군의 역량에 힘입은 바 크다. 이상의 사적은 좌전 장공 8년 및 9년의 기사를 참조하면 자세히 알 수 있다.
깊이읽기 관중이라는 인물을 놓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자로와 자공은 관중의 인간적 신의를 문제 삼는다. 반면 공자는 관중이 중원 지역의 정치 질서 확립과 문화 정체성 보존에 기여한 공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오늘의 한국 사회에도 적용해 볼 만한 문제다. 얼마 전 박근혜 의원은 '5ㆍ16이 없었으면 오늘날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자로와 자공은 이렇게 물을 것 같다.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해 일황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해방 공간에서는 좌익 활동을 하다 여순 사건 때에는 동료들의 이름을 파는 대가로 사형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점까지 감안해 그를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통일의 지연과 민주화의 지체, 가치관 전도에 끼친 영향 등의 문제까지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공정하고도 균형 잡힌 평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5ㆍ16이 없었으면 오늘날보다 훨씬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지 않았을까요?"
과연 공자는 뭐라고 대답할까?
글ㆍ엄재억∥인문고전사랑방 "동인同人"(http://edongin.kr) 주인
** 이 글의 무단전제와 복제를 금합니다. |
| <저작권자 © 영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