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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散策 <18> 모르는 만큼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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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출전: 논어論語 위정爲政]
"유, 회녀지지호. 지지위지지, 불지위불지, 시지야."
풀이 "자로, 자네에게 안다는 게 뭔지 알려주지. 아는 것을 안다고 여기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여기는 것, 그게 바로 아는 것이라네."
길잡이 공자의 말이다. 여기서도 2인칭 대명사로 汝가 아닌 女가 쓰였다. 由는 자로의 이름. 성姓이 중仲이라서 중유仲由로도 불린다. 공자의 경호실장 격이자 가장 사랑 받는 제자이기도 했던 이다. 자로는 용맹스럽고 강직하고 도전적이며 우직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의 소유자였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약한 존재감을 잘 견뎌내지 못한다. 잘 모르는 일이라도 일단은 아는 체하며 한마디 끼어들고 보기 일쑤다. 발언의 상황이나 맥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자는 제자가 지닌 그러한 단점을 바로잡아주려고 이렇게 따끔한 일침을 놓았던 것 같다. 이 장의 대의와 비슷한 구절이 순자 [자도] 및 [유효]에도 나온다.
깊이읽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얼마 전부터 우리 귀에 익게 됐다. 대상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확대될수록 그 진면목을 좀 더 명확히 인식하는 데 유리하다는 뜻인 것 같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Metamorphses를 읽고 나면 파리 콩코드 광장의 조각상들이 갖는 의미가 훨씬 잘 이해된다는 말은 그런 맥락에서 일견 옳다. 그러나 어설픈 배경 지식이 오히려 진정한 앎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금은 이른바 '지식 정보 사회'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검색어만 입력해도 수많은 관련 정보가 그물처럼 달려 나온다. 그러나 거기에는 박약한 체험에 근거한 알량한 지식들도 넘쳐난다. 체득과 경험이야말로 진정한 지식의 든든한 기초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얼마나 빈약한 지식의 시대를 살고 있는지 부끄러워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대학 진학률이 높다졌다고 해서 우리가 15세기를 살았던 이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 '모르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좀 더 겸허하게 앎의 세계에 다가서야 한다. 학창 시절의 경험을 돌이켜봐도 그렇다.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히 물었던 딱 그만큼 나의 앎은 앞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지적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오만이다. 자신의 무지를 정직하게 절감한 뒤에야 비로소 무엇이 진정한 앎인지, 새로운 앎의 진지를 어디서 차근차근 세워갈 것인지 시야가 열리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글ㆍ엄재억∥인문고전사랑방 "동인同人"(http://edongin.kr)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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