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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散策 <15> 나이 먹는다는 것의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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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年四十而見惡焉, 其終也已. [출전: 논어論語 양화陽貨]
년사십이견악언, 기종야이.
풀이 나이 마흔에도 미움을 받는다면 끝장이다.
길잡이 공자의 말이다. 아쉽게도 발언의 상황이나 맥락 등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見은 ‘본다’는 뜻 말고도 ‘~당하다’는 피동의 뜻이 있다. 惡 또한 ‘악’(evil) 이외에 증오나 혐오의 뜻을 나타낼 대에는 ‘오’로 독음한다. 따라서 이 문장의 見惡란 ‘미움 받는다’는 의미가 된다.
깊이읽기 유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와 같은 삶의 각 시기를 사계절에 비유하곤 한다. 더 짧게는 하루에 비유해 노년기를 황혼기라고도 부른다. 아무튼 사람들은 청년기에는 유소년기를, 장년기에는 청년기를, 노년기에는 청장년기를 사뭇 그리워하고 아쉬워한다. 보양식에 대한 탐닉이나(주로 남성) 미용 시술에 대한 집착(주로 여성)과 같은 사회 현상은 젊음만을 지나치게 동경하고 찬양한 데 따른 결과다. 우리 시대가 그 어느 때보다 속 알보다 본때, 얼보다 몸을 우선으로 치는 시대임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그러나 봄날의 꽃과 여름의 녹음에 못지 않게 가을의 단풍이나 겨울의 설경도 멋진 풍광일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삶의 어느 시기인들 아름답지 않은 때가 있을까? 하지만 곱고 멋있게 나이 든다는 건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나 밀도 높은 젊은 날을 보냈느냐에 따라 노년의 품격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월반이나 에누리는 없다. 연세 드신 분들을 지금껏 지켜보고 내린 나름의 결론이다. ‘나잇값 한다’는 시쳇말을 엄숙하게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인격자산이야말로 은퇴 후 금융 자산보다 더 값어치 있게 설계돼야 한다.
장차 인생 100세 시대가 도래한다지만, 춘추시대에는 마흔만 돼도 어느덧 노령으로 접어드는 나이로 취급했던 것 같다. 아무리 생명 연장의 시대이자 평생 학습의 시대라 하더라도 40대 이후에 새로운 사고를 수용하거나 단점을 일거에 고쳐나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서서히 삶을 갈무리해야 할 나이에도 남에게 미움을 받는다면 생물학적 사망 이전에 인격적 사망 선고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공자의 이 발언에서 그가 추구하는 인생관 및 가치관을 엿보게 된다. 윗자리에 앉아 있는 노인의 인품 정도가 그가 속한 집단(집안, 회사, 모임, 지역사회 등)의 성향과 미래까지 좌우하는 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동아시아, 특히 장로 사회의 성격이 짙은 한국 사회에서는 이 점을 더욱 유념해야 할 것 같다.
글ㆍ엄재억∥인문고전사랑방 "동인同人"(http://edongin.kr)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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