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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典散策 <14> 부자가 되겠다 vs. 내 길을 가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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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부이가구야, 수집편지사, 오역위지. 여불가구, 종오소호
[출전: 논어論語/술이述而]
풀이: 부자가 되는 것(경제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 바란다고 해서 될 일이라면 시장에서 채찍 드는 비천한 일이라도 내 마다하지 않겠다. 하지만 바란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길잡이: 공자의 말이다. 而는 보통 '그리고', '그러나' 등의 뜻을 나타내는 접속사로 쓰인다. 여기서는 '~라면'이라는 가정의 뜻으로 쓰였다. 鞭은 채찍이다. '주례' '지관사도ㆍ사시'에 따르면 집편지사란 저자(市場)의 문지기를 뜻한다. 可求/不可求에 대해 ①'바란다고 해서 될 일이라면/바란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면', ②'바라서 도덕적 정당성[義]에 부합한다면/바라도 도덕적 정당성[義]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의 두 갈래 해석이 있다. 전자는 주희, 후자는 정이가 대표적이다. 주희는 '논어혹문'에서 정이의 설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한다. 여러 주석서 가운데 주희의 해석이 가장 명쾌해 보인다.
'안연'편에서는 "생사는 명에 달렸고 부귀는 하늘에 달렸다[死生有命, 富貴在天]"고 자하가 말했다. 주희는 부귀 또한 명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본 셈이다. 눈여겨 볼 만한 것은, 후대 유학자들의 이욕에 대한 태도와는 달리 부에 대해 공자는 그다지 사갈시蛇蝎視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욕 추구를 적대시하게 된 유가 전통이 적어도 공자에게서 비롯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깊이읽기 지금 대한민국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부자 되세요"가 인사일 정도다. 6년 전 골드만 삭스는 2050년이면 한국이 1인당 GDP 2위 국가가 된다고 우리에게 한껏 고무적인 예측을 한 바 있지만, 과연 그때가 된다고 해서 우리가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삶을 살게 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질적 풍요와 넉넉한 인심은 반비례하는 경향이 강했던 것이 인류사의 공식이었으니, 오히려 이보다 사는 게 더 팍팍해지거나 인심이 각박해지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이 다른 나라의 착취를 전제하지 않고는 달성될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모르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세계의 거부들 가운데 부자 되기를 목표로 삼아 부자가 된 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어떤 일을 가장 자신 있어 하는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를 일찌감치 발견했고 그것을 즐기다 보니 부와 명성이 저절로 따라오더라는 것이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부자 되는 비결인 듯하다. "부자되는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래!"-공자의 이 선언을 들으면 윤리 도덕만을 고집하며 군자연하는, 판에 박힌 그의 이미지를 깨는 경쾌함마저 엿보이지 않는가.
글ㆍ엄재억∥인문고전사랑방 "동인同人"(http://edongin.kr)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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