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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연> 물의나라이윤정 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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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월 한 달 장마전선과 태풍이 연합해 전국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지루하게 비를 뿌리더니 기어코 큰일을 내고 말았다. 특히 자연과 더불어 순박하게 살고 있는 강원도에 집중적으로 쏟아 부어 집과 농토가 쓸려나가고 사상자도 속출했다.
매번 느끼지만 큰 비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의 피해자들이 대개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어서 더 안타깝고, 하늘도 무심하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인지 물난리가 남의 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정치인들이 야당은 수해지역에서, 여당은 해외에서 골프를 치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고, 이웃동네 단양에서도 군수가 마을주민이 대피하고 있는 상황인데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음주가무를 즐긴 일이 방송을 탔다.
절대의 힘을 가진 임금도 나라에 극심한 가뭄이나 홍수가 나면 스스로 죄인이라 하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백성의 소리를 두려워했다는데 목민관으로서 기본적인 자세도 갖추지 못한 그들을 뽑은 우리를 탓해야하나?
산과 계곡이 많은 강원도는 수해를 입기 쉬운데 인간중심의 사고(思考)로 개발을 하다 보니 가끔씩 자연이 무섭게 반격을 해온다. 산을 깎고, 물이 가는 길을 억지로 막거나 바꾸어서 불러오는 인재(人災)가 천재(天災)를 업고 더 큰 피해를 가져온다. 자고로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잘하는 것이 나라를 잘 다스리는 으뜸이라고 하는 말이 참으로 실감나는 한 달이었다.
이렇게 물이 넘쳐 재앙이 되는 나라가 곧 물 부족국가가 된다는 말이 믿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믿지 않을 수도 없다. 수해로 고립된 마을엔 정작 마실 물이 없어 이중의 고통을 당했다. 내 학창시절만 하더라도 앞으로 우리나라가 물을 사먹게 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얼토당토 않는 일이라 여겼다.
옛날 봉이 김 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다는 얘기를 읽었지만 꾀가 많은 사람의 사기극이거니 했다. 그런데 지금은 봉이 김 선달이 없어도 물을 사먹는 일이 일상인 시대가 되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절대적인 물의 양이 줄어든 탓도 있겠지만 대부분 오염되어 죽은 물이 된 이유가 클 것이다. 높은 산이나 극점에 깃발을 꽂았다하여 감히 자연을 정복했다는 말을 함부로 뱉었던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자연의 경고인지 모른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자연 앞에선 아이처럼 힘없는 존재라는 걸 알게 해주는 일들이 세계 각처에서 일어난다. 더욱 낮아지고 겸손한 자세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속담이 꼭 맞게 삽시간에 많은걸 앗아갔다.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이 살아 갈 의욕을 갖게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수해지역이 발생하자 군,관,민이 즉각 자원봉사활동을 벌여서 함께 사는 세상임을 보여 주었다. 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불볕더위가 또 사람을 못살게 한다.
밖에서 일하던 농부가 열사병으로 죽고 피부에 화상을 입혔다는 뉴스가 들린다. 칠월 한 달 물의 나라에서 팔월 한 달 불의 나라로 바뀌었음을 속속 알려준다. 어쩌겠는가? 주는 분도 거두는 분도 한 분인 것을.
습기 때문에 눅눅해서 빨래도 안 마르고 괜히 우울하게 하던 장마철을 되새기며, 내리쬐는 태양을 감사히 여기면 좀 견디기 쉬워지려나?
거기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카피처럼 즐거운 휴가를 떠나자.
그리하여 새로운 힘을 얻고 건강한 여름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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