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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잘린 거북바위<영월의 이야기 27>최명환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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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하동에 ‘최부자’라고 불리는 만석지기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최부자의 집 앞에는 커다란 거북 모양의 바위가 한 개 서 있었다. 거북바위는 엉덩이를 집 쪽으로 향하고 있으며,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 거북바위가 최부자 집으로 재물을 모아 준다고 하였다.
옛날에는 부자들의 집에는 항상 손님들이 많이 찾아왔다. 하동 최부자의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하루 다섯 명에서 여섯 명의 손님이 찾아오는 것은 예사였다. 그래도 최부자는 이를 싫어하지 않고,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하는 데 소홀함이 없었다.
그런데 최부자에게는 아들이 한 명 있었다. 최부자 아들은 공부는 하지 않고, 놀기만을 좋아하였다. 아들이 열 살이 되었을 때, 최부자는 아들을 가르치려 하였으나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이 버릇없고 말 안 듣는 아들도 두려워하는 선비가 마을에 한 명 살고 있었다. 이 선비는 과거시험도 여러 번 본 사람이었다.
최부자는 선비에게 아들 교육을 부탁하였으며, 선비도 승낙을 하였다. 그래서 그 다음날부터 최부자는 아들을 선비의 집으로 보내어 공부를 하게 하였다. 다행히도 아들은 선비의 말을 잘 따르기 때문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잘못된 행실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최부자 아들은 열여섯 살이 되어서 장가를 갈 때가 되었다. 최부자가 아들에게 결혼할 것을 이야기를 하니, 아들은 “제가 사모하고 있는 낭자가 있습니다.”라고 아버지에게 말을 하였다. 최부자가 누구냐고 다시 물었다. 아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기에게 공부를 가르쳐 준 선비의 딸이라고 대답하였다. 최부자는 집안이 가난한 선비 집과의 결혼을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 선비와 의논하여 혼인을 하였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최부자의 아들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과거를 보러간 아들은 몇 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다. 며느리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손님들을 치르느라 매일매일 바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이렇게 해서 몇 년이 더 지나갔다. 아무런 소식이 없는 남편을 기다리며, 손님들을 대접하는 것에 지친 며느리는 어느 날 찾아온 스님에게 손님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았다. 스님은 처음에는 완강하게 거절을 하였다. 며느리 또한 계속해서 스님에게 부탁을 하였다. 이에 견디다 못한 스님은 삼일 후에 다시 오겠다고 하면서 돌아갔다.
스님은 절로 들어가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며,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튿날, 불공을 마칠 즈음 스님에게 “말로써 돌이키지 못하면, 그 방법을 가르쳐 주라.”는 부처님의 말씀이 귀에 들려왔다.
다음날 스님은 최부자 집 문 앞에 당도하여 문을 두드리니 며느리가 반갑게 맞이하였다. 며느리는 이날도 스님에게 융숭한 대접을 하면서,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게 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스님은 하는 수 없이 집 앞에 있는 거북바위의 목을 잘라 버리면 손님들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 말을 들은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없는 사이에 하인들을 시켜 거북바위의 목을 잘라 버렸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온 최부자는 목이 잘라진 거북바위를 보고 펄쩍펄쩍 뛰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 해에는 풍년이 들었고, 그 후 10여 년 동안 흉년이 들어 최부자는 논과 밭을 팔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최부자 마저 병에 걸려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그 후에도 최부자 소유였던 논과 밭에서는 농사가 제대로 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필자소개: 1973년 영월 주천 출생.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주요 논문으로는 <단종전설의 신화성 연구>, <현대의 지역축제와 전설>, <영월지역 무형문화유산 실태 및 전승방향> 등이 있음.
영월이야기는 영월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각 읍.면별로 정리 연재형식으로 게재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바랍니다.<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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