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연> 장마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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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연> 장마걱정홍정임 시인

영월신문 | c3740039@chol.com

승인 2006.06.30 12:33:55

봄인가 싶었는데 어느새 분홍 노랑의 꽃들이 한 풀 꺾이고 하얀 찔레꽃 냄새 그윽하게 풍기며 넉넉하게 피었습니다. 산에 피는 꽃들은 밤 나방을 부르려고 저렇게도 희게만 피어나고 일찍 심은 감자알들이 땅 속에서 녹말가루를 넉넉히 품고 여물었습니다. 이제는 언제 장마가 꿈틀거리며 일어나 달려올지 모르는 여름입니다.
지난번에 벌써 태풍이 하나 일어서 비를 몰고 왔고 해마다 여름이면 숱하게 오는 장마비에 우리 고장 사람들은 가슴을 조이고 살아야 합니다.

나는 어쩌다가 동강 가에 태어나 72년 이후에 모든 수해를 겪으시는 부모님을 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72년에는 정말 수해였지만 그 이후에 일어난 모든 수해는 사람이 만들어준 수해였습니다. 90년에는 충주 댐에서 서울 사람들을 위해 물길을 열어주지 않아 물이 흐르지 못하고 역류해서 생긴 수해였고 그 뒤에 일어난 수해는 아시다시피 전부가 도암댐에서 수문관리를 아무렇게나 하는 바람에 생긴 수해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 개인으로서는 이 원통한 일을 겪고도 도암댐이나 정부에 혹은 이런 불상사를 매번 겪고도 주민에게 확실하게 도암댐을 잡아 주지 못하는 강원도나 군청에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 저 같은 마음 갖고 있는 사람이 있겠지요. 거기에 사시는 모든 부모님들이 다 똑같이 겪고 계시는데 그 아들딸들의 마음이 왜 같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일로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금, 이 사실을 강조합니다. 이제부터는 군청에서 제대로 된 대처를 해서 다시는 도암댐이 물 관리를 잘 못해서 일어나는 수해는 입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물을 몰래 내 보내서는 물론 안 되거니와 물을 내 보내더라도 천천히 작게 내 보내서 산천을 온통 훑어가버리거나 집을 으깨고 짓이기는 일도 없어야 합니다. 또한 비가 온다고 하는 예보가 있으면 미리 물을 좀 내 보내서 물의 저장시간을 늘리도록 해서 실질적으로 내리는 비 보다는 작은 피해를 입도록 해야 하는, 댐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걸 하도록 미리 미리 조처하는 일은, 군청에서 해야 합니다. 도청에 협조해서 일을 하면 더 좋겠지요. 비가 많이 오는 여름일 거라는 예보를 듣고 이상기후에 대해서도 늘 듣습니다.
그렇게 난리를 겪었는데 또 다시 부주의로 주민들에게 같은 일을 겪게 한다면, 저는 이 고장의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겪는 난리를 즐긴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장마가 있되 사람을 원망하게 되는 슬픈 여름은 이제 그만이길 바랍니다.

* 그동안 어라연 고정필진으로 활동해주신 홍정임님께서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어라연 고정필진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좋은 글을 써주신 홍정임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