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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이윤정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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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06.17  01: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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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들은 초록으로 푸르고 인간세상은 온통 빨강으로 뒤덮은 유월입니다.
우리의 관심도 온통 독일 월드컵에 가 있습니다. 얼마 전 끝난 지방선거도, 현충일도, 다가오는 6.25도 빨강물결에 묻혔습니다. 노다지를 만난 듯 월드컵으로 한몫 챙기려는 방송과 기업들의 경쟁과 흥분은 이미 도를 넘어섰습니다.

아들과 딸을 결혼시켜 엄마는 시어머니, 여동생은 시누이가 되고, 그 사실을 알고 사위를 협박해 계모는 순식간에 44평의 아파트를 챙깁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어이없는 스토리와 황당한 사건으로 일관하는 사이코 같은 작가의 드라마가 최고시청률을 기록하고,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이런 드라마, ‘하늘이시여! 다시는 방송에서 보지 않게 해 주소서’ 하게 합니다. 매일 반 이상을 차지하던 정가소식도, 한미무역협정(FTA)도, 일본과 독도영유권 문제도 뉴스 끝의 짤막한 멘트로 끝나 그 모든 문제들이 심각하지 않게 보입니다.

월드컵은 분명히 온 국민이 맘껏 소리치고, 응원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입니다. 잘만하면 국가인지도도 높아지고 기업홍보가 되어 천문학적인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한마음이 되어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우리 국민과 응원단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동안의 분열과 갈등을 뒤로 하고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외치며 그동안의 피로와 우울을 날려 보내는 건 건강한 미래를 위한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나 중계방송을 보다보면 승리에 대한 지나친 열망이 무섭기도 합니다. 저러다 지면 선수와 감독은 죄인이 되어야 하고 응원한사람은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전 세계가 축구를 통해 우정을 나누고 평화를 추구하는 월드컵의 취지는 사라지고 오직 승부의 각축장이 되어버려, 본질보다 현상에 열광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월드컵에 사활을 건듯 올인하는 방송에 짜증이 납니다.
그리고 월드컵에 보여준 관심과 애국심을 평상시 우리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길 때 우리는 세종실록지리지 50페이지 셋째 줄 말고 무엇을 알고 있는지, 중국이 동북공정이라는 프로젝트로 고구려, 발해를 자기들 역사에 편입시키려하는데 그 저의는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있나요? 월드컵에 보여준 관심과 에너지를 외교에도, 선거에도, 국민의 의무를 기꺼이 지키는 방법으로도 보여주세요.

3, 4월은 황사가 봄을 망가뜨려 봄기운을 만끽하지 못하고 여름 들어 고향이면서 가보지 못했던 선암마을 한반도지형을 비롯해 곳곳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강줄기가 휘돌고 산마다 맑은 계곡이 흐르고, 숨바꼭질하듯 골짜기마다 마을을 숨겨 두어 심심할 겨를이 없는 완벽한 작품이었습니다. 한껏 물먹은 숲은 초록으로 싱그럽기 그지없고 작은 풀 한포기 조차 당당히 생명력을 분출하고 있었습니다.

바람과 햇살에 잘 버무려진 산딸기는 농염하게 익어가고 칡넝쿨은 염치없이 옆의 나무를 타고 하늘로 오릅니다. 넉넉히 제 어깨를 내어준 나무는 몇 안 되는 고귀한 품성의 생명체임을 다시 느낍니다. 큰 나무만 보이던 내게 작고 흔한 풀포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습득하거나 담아두는 능력은 떨어졌지만 사물을 깊이 보고 뒤집어 생각할 줄 알게 된 건 세월이주는 지혜인가 봅니다.

죽은듯 싶었던 생명들이 봄기운에 다시 살아나 무성해짐을 보고 이제는 웰빙(wellbeing)보다 웰다잉(welldying)에 관심을 가져야 진정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법이 보일 거라 생각합니다.
볼테르는 새로운 욕망은 새로운 결핍의 시작이라고 했습니다. 욕망을 덜어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연을 담아보세요. 덜어 낸 그 자리에 행복의 파랑새 한 마리 살포시 날아 들 테니까요.

장마도 시작되고 월드컵으로 마음이 들떠있는 유월에 중심에 서 보지도 못하고, 소리는 더더욱 외치지 못하는 소심 A형의 이런저런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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