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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 관풍헌(觀風軒)에 담긴 의미
엄의현  |  시인, 영월향교 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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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03  11: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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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묘년 설날이 지나고 지인 몇이 작은 인문학 공부 모임을 열었다. 영월 출신으로 중국 상해에서 활동하고 있는 히어로(HERO) 역사연구회 이명필 대표가 주선했다. 읽은 책은 주역(周易)이다. 주역은 유학(儒學) 오경(五經)의 하나이다. 3000년 전에 만들어진 책이다. 삼라만상(參羅萬像)을 음(陰)과 양(陽) 이원(二元)으로써 설명하고, 그 으뜸을 태극이라 하였고 64괘를 만들었다. 주역 상경은 우주의 질서를, 하경은 사람들의 삶과 관련된 무질서와 혼돈을 담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삶의 패턴을 64가지(64괘)로 정리한 것이다. 각 괘(卦)에 6효가 있어 384개의 효(爻)가 된다. 이에 맞추어 철학ㆍ윤리ㆍ정치상의 해석을 덧붙였다. 주역의 주석(注釋)들은 특수한 시공간적 환경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철학은 시대의 산물이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릇의 모양에 따라 거기에 담기는 물의 모양도 변하지만, 물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역을 구성하는 사유의 틀이 있고 그 틀 안에서 운용되는 상징어들이 있는 것이다. 괘를 읽고 해석하는 독법(讀法)은 존재론에서 관계론으로의 전환이다. 따라서 주역은 우주의 운동에 관한, 오래된 철학적 서술로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관풍헌(觀風軒)은 조선시대 영월부 관아(官衙)이다. 단종이 머물렀던 객사(客舍)의 동쪽 대청이 관풍헌이다. 관풍헌의 이름을 주역에서 가지고 온 듯하다. 주역에 능통한 성리학자가 관풍헌의 이름을 지은 것으로 생각한다. 

   
 

  주역 제20괘가 관(觀)괘이다. 풍지관(風地觀)이다. 위는 바람을 아래는 땅을 상징한다. 땅 위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모양을 보면 바람의 강도와 불어오는 방향을 알 수 있듯이, 사물의 양태와 변화를 통해 역사와 철학, 인간관계 등 우주 만물의 이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괘이다. 역사관 · 철학관 · 인생관이라고 할 때의 관점에 관해 기술하고 있는 괘이다.​ 올바른 관점을 가지려면 자신부터 곧아야 한다. 풍지관 괘를 설명하는 괘사(卦辭) 첫 원문을 보면, 觀(관), 盥而不薦(관이불천), 有孚顒若(유부옹약)이다. 풀어보면 대야에 손을 씻고 제사 음식을 드리기 전이다. 믿음직하고 공경스럽다. 즉, 제사상에 음식을 올리려면 먼저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손을 깨끗이 씻는다는 것은 몸을 곧게 한다, 마음을 바르게 한다는 것이다. 도덕적 흠결을 없앤다는 의미다. 그런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봐야 믿음을 줄 수 있고 공경심을 자아낼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곧지 않으면 백성들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관아인 관풍헌의 이름을 지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와같은 관풍헌에서 단종은 17살의 어린 나이로 세상 여행을 마쳤다. 역사의 역설(逆說)이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17살의 홍위(弘暐)는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쇠귀 신영복 선생은 유적지를 돌아볼 때마다 사멸하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들의 심금에 남는 것은 무엇인지 돌이켜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새로이 읽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라고 했다. 과거를 읽기보다 현재를 읽어야 하며,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전(古典)은 옛날 책이다. 무왕불복(無往不復). 가기만 하고 다시 반복되지 않는 과거란 없다. 고전은 오래된 미래이다. 현재 속에는 과거가 있고, 미래는 현재가 변화함으로써 다가오는 것이다. 관풍헌에 담긴 의미를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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