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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보 뜯는 사람<기자수첩>최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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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05.08  11: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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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영월연립에서 미광예식장으로 연결되는 골목길에서 벽보를 뜯고 있는 사람이 있기에 왜 벽보를 떼어내느냐고 물었습니다. 영월읍에서 상업을 하고 있다는 A씨가 벽보를 뜯은 이유는 대략 이렇습니다.

지역경제가 바닥을 헤매며 회복의 기미조차 없는 상황에 뜨내기 장사치들이 덤핑물건을 대량으로 가지고 들어와 장사를 한다고 온 동네 구석구석에 벽보를 붙혀 놓았다. 나도 읍내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벽보를 보고 싼 맛에 그곳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가 있다. 물건의 질을 떠나 그곳에서 물건을 산다면 영월경기를 더 나빠질 것이다. 이런 사실은 상인들도, 주민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누구도 그런 뜨내기 장사치들을 막지 못하고 있다. 벽보도 그냥 버젓이 붙이고 있고 뜨내기 장사치가 떠나도 그대로 붙어있다. 그리고는 지역 상가의 물건값이 너무 비싸다고 주장한다. 한심하고 답답하다. 행정당국은 물론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는 상인들조차 한숨만 쉬고 있을 뿐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선 주택가에 있는 벽보라도 뜯어내는 것이 지역을 위한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했다.

잘못이라면 벌을 받겠지만 내가 알기에는 이렇게 마구잡이로 구석구석에 붙이는 벽보는 그 자체가 불법으로 알고 있다. 주민들도 덤핑물건에 현혹되지 말고 충동구매를 삼가해주셨으면 좋겠다. 또 이런 벽보를 보면 당당하게 뜯어주셨으면 좋겠다. 주민이 살아야 상가가 살고, 지역상가가 살아야 주민들도 편리해진다. 지역내 주민과 상인들은 한배를 타고 있는 것이다. 행정에서도 이런 뜨내기 장사꾼들에 대해 보다 확실한 조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또 있다. 인근지역의 유흥업소 벽보가 도처에 붙어있다. 그런 벽보를 보고 인근지역으로 술 먹으러 가는 사람들도 답답하지만 그런 벽보를 학교 앞이나 주택가에 붙여도 그대로 방치하는 행정당국도 답답하다. 말로만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하지 말고 지역경제를 좀먹는 작은 것부터 철저하게 처리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뜨내기 장사치들의 벽보나 인근 지역 유흥업소의 벽보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읍내 구석구석에 부착했는지, 만약 정당한 절차를 받은 벽보를 개인이 떼어내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A씨가 벽보를 떼어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A씨의 주장대로 “주민이 살아야 상가가 살고, 지역상가가 살아야 주민들도 편리해진다. 지역내 주민과 상인들은 한배를 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주민과 상인, 행정의 작은 실천을 바라는 A씨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제게 이같은 항변을 하면서 A씨는 다른 벽보를 뜯겠다며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A씨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인 것은 왜 일까요?

지역경제가 어렵다고 다들 말합니다. 이젠 희망이 없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스스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지역물건을 사야겠다고, 또 그런 마음에 적극적으로 지역 상가에서 물건을 구매했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이에 앞서 상인들도 이익을 조금 덜 내더라도 지역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비스나 가격 등을 개선해왔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말로만 걱정하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뜻이 세워지면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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