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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구슬 <영월의 이야기 26>최명환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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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6.05.08  10: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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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하동면 외룡리에 ‘엄씨’라고 불리는 노인이 있었다고 한다. 비록 살림살이가 넉넉한 편은 아니었지만, 성품이 유순하고 정직하였다. 엄씨 노인은 항상 시간만 나면 낚시를 즐겼다. 주로 마을에 있는 연못에 가서 낚시를 하였는데, 잡힌 물고기는 살려두었다가 들어올 때 다시 물에 넣어주었다. 물고기를 낚는 재미로 낚시를 하는 것이고, 잡념을 잊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낚시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봄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마을에 있는 연못에 가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가, 봄기운에 깜빡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는데, 건강하게 생긴 사람들에게 잡혀 어디론가 끌려갔다. 어두운 동굴을 지나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호화로운 궁궐이 있었다. 그리고 그 궁궐 안에는 세상 사람과는 달리 아주 풍채가 좋은 사람이 높은 단상에 앉아 있고, 그 아래에는 물고기 모양의 조각품들이 많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용궁이었으며, 단상에 앉아 있는 사람은 용왕이었다.

엄씨 노인을 끌고 간 사람들이 단상 아래에 엄씨 노인을 꿇어앉히자, 용왕은 “너는 어떠한 이유로 우리나라 백성들을 매일 잡아 올려 고통을 주느냐?”라며 호통을 쳤다. 주위의 분위기가 너무 무겁고, 단상에 있는 용왕의 모습이 무서워 엄씨 노인은 고개만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용왕은 다시 물었다. “다른 인간들은 우리 백성을 아예 잡아먹기도 하는데, 너는 잡아먹지도 않으면서 왜 고통만 주느냐? 아주 잡아먹는 것은 용서할 수 없으며, 그들은 그들대로 죄를 물을 것인데. 너는 그런 것도 아니니 그 뜻이 무엇이냐?”라고 다시 호통을 쳤다.

엄씨 노인은 한참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 공손하게 대답을 하였다 “소인은 물고기를 잡아먹으려고 낚시를 한 것이 아니고, 물고기를 낚는 재미와 인간 세상의 시름을 잊어보자는 뜻에서 낚시를 합니다. 물고기를 죽이지는 않았으니 용서하여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용왕은 용궁의 신하들에게 “이놈 손에 죽은 백성들이 없느냐?”라고 물었다. 옆에 있던 신하가 대답하기를 “죽은 백성은 없는 줄로 압니다.”라고 하였다.

그런 후에야 용왕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다시 말하기를, “너는 풍류를 즐길 줄 알고, 선인(仙人)같은 기질도 있어, 나와 더불어 이야기 할 상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네 손에 죽은 백성도 없고 하니 책망할 일도 없겠으나, 오늘부터는 우리 백성에게 고통을 주지 말라. 그러나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나의 말동무가 되어 푹 쉬고 가도록 하라.”라고 하였다.

이렇게 해서 엄씨 노인은 용궁음식을 대접받으며, 용궁에 머물게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집안일이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엄씨 노인은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용왕에게 말을 하였다. 용왕은 “뜻대로 하라. 사는 것도 넉넉지 못하다고 하니, 이것을 기념으로 가지고 가라. 필요한 것을 말하면 모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과욕은 절대로 금물이니 특별히 유념하라.”라고 하며, 조그만 구슬 하나를 주었다. 그리고 잘 가라고 하면서 구슬을 받아 쥔 손을 꼭 잡았는데, 몹시 아파서 깨어보니 꿈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롱한 구슬이 엄씨 노인 손에 쥐어져 있었다. 신기하여 집에 돌아와서 시험 삼아 저녁쌀을 근심하였더니, 먹을 만큼 쌀이 나왔다. 원래 엄씨 노인은 정직하고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항상 쓸 만큼 필요한 것을 구슬에게 부탁하였다. 그리고 그 후로는 강태공이 낚시하는 것처럼, 곧은 낚시 바늘에 미끼만 끼워 물고기에게 먹이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그런데 그 구슬을 보관하는 것이 항상 걱정이었다. 엄씨 노인은 혼자만 아는 벽장에 숨기고, 꼭 자물쇠로 잠그곤 하였다. 그런 엄씨 노인에게는 인근 마을 조씨네 집안으로 시집간 딸이 있었다. 어느 날 그 딸이 친정에 나들이를 왔는데, 집안이 눈에 띄게 부유해진 것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어머니는 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딸은 호기심이 생겨서 아버지의 눈을 피해, 벽장에 숨겨 두었던 구술을 꺼내 집으로 가져갔다. 시집으로 돌아 온 딸은 구슬에게 필요한 것을 부탁하였다. 그랬더니, 무엇이든지 부탁하는 대로 나오는 것이었다. 이에 욕심이 생긴 딸은 많은 재물을 구슬에게 부탁하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딸은 한 없이 후회하며 사죄하고 참회하였으나, 구슬은 아무런 부탁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 후 그 엄씨 노인은 다시 생계가 어렵게 되었으며, 구슬은 그 집안에서 오래도록 전하여 간직해 오다가, 6.25한국 전쟁 때 잃어버렸다고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이야기다. 지나침이 모자란 것 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위와 같은 이야기를 구비문학에서는 ‘쌀 나오는 구멍 이야기의 다른 모습이다.’ 라고 한다. ‘주천(酒泉)’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에 대해 경계에 메시지를 전해 주고 있다.

필자소개: 1973년 영월주천 출생.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현 강원대 국어국문학과 강사. 주요 논문으로는 <단종전설의 신화성 연구>, <현대의 지역축제와 전설>, <영월지역 무형문화유산 실태 및 전승 방향> 등이 있음.

* 영월이야기는 영월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각 읍.면별로 정리 연재형식으로 게재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바랍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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