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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별이 있는 풍경 4 / - 송준영 시인의 명시 깊이 읽기漢陽好日(한양호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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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열대여섯살짜리 少年(소년)이 芍藥(작약)꽃을 한아름 自轉車(자전차)뒤에다 실어 끌고 李朝(이조)의 낡은 먹기와집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軟鷄(연계)같은 소리로 꽃사라고 웨치오. 세계에서 제일 잘 물디려진 玉色(옥색)의 공기 속에 그 소리의 脈(맥)이 담기오. 뒤에서 꽃을 찾는 아주머니가 白紙(백지)의 窓(창)을 열고 꽃장수 꽃장수 일루와요 불러도 통 못알아듣고 꽃사려 꽃사려 少年(소년)은 그냥 열심히 웨치고만 가오. 먹기와집들이 다 끝나는 언덕위에 올라서선 芍藥(작약)꽃 앞자리에 냉큼 올라타서 방울을 울리며 내달아 가오.
[저자 약력]
* 1915~2000, 전남 고창 산
*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壁>이 당선. 대표시집으로는 『화사』『귀촉도』『서정주시선』『신라초』『동천』『질마재 신화』『떠돌이 시』등이 있으며, 그밖에『서정주문학전집』『미당 서정주시전집』이 있고, 미당의 시가 보여주는 특성으로는 언어예술의 심화, 폭넓은 다양성과 시적 깊이, 그리고 동양정신에의 탐구로 귀착된다.
[감상]
「漢陽好日」은 한 폭의 그림이 마치 영화 장면이 한 컷씩 사라짐을, 시점을 고정시켜 독자들에 보여준다. 꽃장수 소년이 4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골목길을 통과하여 사라지는 동안을 그려 보여준다. 시인은 투명한 시선으로 바라만 볼 뿐 거의 참가하는 일이 없다. 이런 솜씨는 독자들까지 그렇게 고즈넉하게 흡인하고 있다. 이 시의 특징은 한결같이 고요함과 빔이다.
시가 비워 놓은 침묵의 공간이 바로 우리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공간이고, 그 감동의 빛은 無의 빛인 玉色이다. 이 시에서 나오는 감동적인 고요함은 시적 대상과 시인 사이의 거리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미당은 신라와 불교적 연꽃과 호수와 님과 향, 구름 등으로부터 우리들의 마을인 골목길로 돌아와 그 골목길의 “李朝의 낡은 먹기와집” 그리고 한지인 “白紙의 窓‘을 그리고 있다. 이 시가 일상에서 친근감이 있어 의미 있음이 아니라, 그 하늘에 뜬 달과 같은 禪味인 고요와 無를 저자 거리로 이동시켜, 시끄러운 정경 속에서 흔하지 않은 이 禪의 맛인 無를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데 놀라움이 있다.
송준영/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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